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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연 대한한의사협회 법제이사

생용하면 효과 너무 '자극적'
보리 종피와 함께 볶아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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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전국시대 제나라에 유명한 재상인 '안영'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가 쓴 '안자춘추(晏子春秋)'에는 '강남종귤 강북위지(江南種橘江北爲枳)', 즉 강남쪽에 심은 귤을 강북 쪽으로 옮기면 탱자가 된다는 구절이 있다.

귤이 물과 토질이 다른 곳에 오면 귤과는 다른 '탱자'로 변한다는 얘기로, 주변 환경이 중요하다라는 고사로 널리 쓰인다.

여기서 나오는 탱자가 비록 '유자는 얼었어도 선비 손에 놀고, 탱자는 잘 생겨도 거지 손에 논다'는 속담처럼 무시당하고 있지만 수많은 한의원에서 지실(枳實) 및 지각(枳殼)이라는 이름의 한약재로 요긴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잘 모른다.

지실과 지각의 차이점은 지실은 5~6월에 탱자나무에서 저절로 떨어진 어린 과실을 건조한 것이고, 지각은 7~8월에 미성숙한 과실 열매를 건조한 것이다.

지실은 하설행기(下泄行氣), 아래로 내리고 기운을 행하는 힘이 강하여 몸속에 적체 등과 같은 찌꺼기를 내보낼 때 사용되며, 지각은 지실보다 효과가 약하나 이기관중(理氣貫中), 기운을 이롭게 하고 중앙 부위를 뚫는 역할을 한다.

공통점은 둘다 생용하면 효과가 너무 자극적이고 맹렬하기에 약물의 조성을 완화하기 위해 보리의 종피(種皮)를 함께 넣고 볶는 맥부 수치법을 이용해 완만히 사용한다.

탱자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면, 탱자나무는 뾰족한 가시로 인해 남부 지방에서는 울타리로 심어 나쁜 기운을 막기도 했으며 죄수를 가둬 두면 주변에 심어 도망치지 못하게 했다.

또 탱자나무 뽕은 단단하면서도 질기며 수명도 길고 칠 때의 타격감도 좋다. 그래서 쇠잡이들 사이에 누군가 좋은 탱자를 구했다더라는 소문이 돌면 너도나도 달라붙는 사태가 종종 생겼다.

작금의 상황에서 주변 여건에 따라 같은 종자라도 다르게 나오는 탱자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맹모삼천지교라는 단어의 내용처럼 주위 사람들에 따라 사람이 변할 수 있기에 주변 분위기 조성이 중요하다.

필자는 한의과대학 겸임교수로 탱자의 교훈을 늘 명심하며 학생들에게 주변 환경의 중요성을 더 인식시키고 있다.

주위의 훌륭한 인재들에게 좀 더 많은 유익한 보금자리를 만들어 준다면 보다 나은 사회원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김준연 대한한의사협회 법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