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전히 경제적 식민지' 인식
반도체등 韓산업생태계 약점 공격
부품·소재 경쟁력 뒤돌아봐야할때
대기업·협력기업 '상생 관계' 필요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 당시 1인당 GDP는 일본이 933달러, 한국이 108달러로 9배 차이가 났다. 한국의 경제 성장률이 낮아지긴 했으나 여전히 1% 수준의 일본에 비해 2배에 달하기 때문에 2022년에는 한국이 1인당 GDP에서 일본을 따라잡거나 앞지를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인구 규모를 감안하면 일본이 1억2천600만명으로 한국의 5천200만명의 2배가 넘는다. 그러나 향후 한반도의 평화와 남북한의 7천700만명이 만들어낼 역동적인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현재 일본의 반응은 바로 한국의 성장과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위기의식과 조급증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일본은 한국이 여전히 일본이 만들어 논 경제적 틀 속에서 움직이는 나라로 보았다. 아베와 보수적인 인사들의 "한국이 전후 체계를 만들어 가는 가운데 한일관계 구축의 기초가 된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 반하는 대응을 하고 있는 것은 정말로 유감"이라는 언사는 바로 한국을 여전히 경제적 식민지로 보는 인식이 깔려 있다고 본다.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를 하면서 일본 정부는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인정하지 않은 채 한국 정부에 5억달러(무상 3억달러, 유상 2억달러)의 경제협력자금을 제공한 것이 한국 경제 성장의 기반이 되었다고 본다.
사실 1965년 한일협약 이후 일본 자금으로 포항제철이 지어지고, 창원과 구미, 부산 일대에 수출자유지역이 조성되면서 한국은 일본의 기술지도를 받아 원자재를 만들어 공급하는 일본 경제의 밸류 체인에 편입되었다. 이후 55년이 되도록 한국은 일본과의 무역수지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적자폭이 감소하고 있지만, 누적 적자액이 700조원에 달하고 있다. 한국은 일본에 대한 수출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 중국 등으로 수출을 늘리고 자체 기술을 개발하면서 일본 경제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있지만, 핵심산업에 대한 일본 의존도가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일본의 입장에서 한국은 여전히 경제적 식민지이고, 착취적 관계로 성장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한국의 성장에 위협을 느낀 일본은 특히 일본의 부품·소재 기술력에 기댄 채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 등을 키워온 우리 산업생태계의 취약점을 공격하기 시작하였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왜 부품·소재의 기술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였는가를 뒤돌아봐야 할 것이다. 벤처 캐피탈은 국내 대기업에 부품 등을 납품하는 협력(벤더) 기업에 투지하지 않는다고 한다. 납품 마진이 대기업에 의해 통제(착취)되는 상황에서 벤더기업에 대한 투자 매력이 없다는 것이다.
필자는 최근에 네덜란드 대사관의 과학기술혁신 담당관과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네덜란드의 대기업은 벤더기업의 거래처 확보와 기술개발을 지원한다고 한다. 거래처의 리스크 관리와 부품의 품질 향상은 대기업의 성장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일본의 경제 규제에 대하여 여론이 분열되고 있다. 경제 강국 일본과 맞서서는 안되고 타협해야 한다는 주장에서부터 식민지 의식을 청산하고 진정한 독립을 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다양하다. 그러나 진정 필요한 것은 우리 안의 경제적 식민지 관계의 청산이다. 일본이 우리나라를 경제적 식민지로 인식하고 있듯이 우리 대기업은 벤더기업을 식민지 기업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이런 관계에서는 상호이득이 되는 상생협력이 불가능하다. 우리 안의 식민지 관계가 남아 있을 때 진정한 경제적 독립도 어렵다.
/이명호 (재)여시재 솔루션 디자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