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목 축소로 학점 이수 더 어려워져
시행 앞두고 대책 내놨지만 역부족
정부, 처우개선 위해 재정지원 우선
누구를 위한 법인지 씁쓸한 느낌만
강사법의 핵심 내용은 강사에게 교원 지위를 부여, 방학기간에도 급여를 지급하고 1년 이상의 임용과 3년 동안의 재임용 절차를 보장하는 시간강사에 대한 처우 개선을 담고 있다. 하지만 처우개선이라는 강사법의 취지에 맞게 강사들의 눈물을 닦아 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시행을 앞두고 강사들이 대량 해고되면서 강사법의 실효성에 대한 문제제기와 함께 논란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강사법 관련해서 이런저런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강사를 직접 고용하는 사용자 측인 대학가는 가중되는 재정난을 호소하며 기존 강사들을 해고시키거나, 신규 임용을 제한하고 있다.
피해는 강사뿐 아니다. 강의를 들어야 할 대학생들의 과목이 축소되어 수강 학점 이수가 어렵게 되었다. 심지어 졸업을 못하게 되는 사태까지 발생하고 있다. 올 학기 초 대학가의 수강신청 대란도 강사법이 만들어낸 풍경 중 하나다. 개설 과목이 줄어들어 수강신청이 어렵게 되자 학생들 사이에 수강신청 과목을 사고파는 일까지 생겼다. 한마디로 강사들의 처우개선을 위해 마련된 법이 이들의 일자리를 박탈시키고 있다. 이도 모자라 학생들의 수업권 침해까지 일으키고 있어 강사법이 누구를 위한 법인지 그 모순에 대하여 생각하게 만든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 417개 대학의 올해 1학기 강의 수가 지난해보다 6천655개 감소했다고 한다. 대학들은 올 1학기에 2만여명의 강사를 해고하면서 발 빠르게 강사법 시행에 대응하고 있다. 과목을 통폐합하거나 대형 강의로 바꾸고 전임교원의 강의시간을 늘리는 방식으로 강사 인원을 줄이고 있다. 이외에도 겸임교수나 초빙 또는 명예교수에게 강의를 맡기는 등 여러 방법으로 강사 신규 임용을 제한하고 있다.
교육부는 대학들의 선제 대응과 관련해 "2019년 1학기에 미리 강사 수를 축소한 대학을 조사해 2019년 2학기 고용 현황을 2018년 2학기 또는 그 이전 학기와 비교해 그에 따른 페널티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강의를 못하게 된 해고강사들에 대하여 이런저런 대책을 내놨지만 문제를 해소하는 데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오히려 대학의 강사 대량 해고 이전에 교육부의 장치 마련이나 구체적 대안 제시가 충분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강의를 줄인 대학에 지원금을 줄이는 등 정부의 페널티 방침이 이제 와서 얼마나 실효성을 나타낼지는 미지수다. 어쨌든 이제 법·제도가 마련되고 정부의 방침이 나왔다. 이 법의 수용자인 대학들이 강사들의 처우 개선에 얼마나 공감하면서 법을 준수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이제 공은 강사들을 직접 고용하는 사용자 측인 대학에 넘어간 셈인데 대학도 학생수가 줄고 있는 구조조정기인 만큼 법 이행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법과 제도는 수요자와 공급자 간에 이해가 상충되는 경우가 허다하게 많다. 기존의 경우 공급자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정부 정책이야말로 수요자 중심의 정책이라는 공감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대학 교육의 질을 올리고 시간강사의 처우를 개선하려면 정부의 재정 지원이 먼저라는 목소리가 높다. 올해 교육부 예산에 시간강사 처우개선비로 288억원이 반영됐다. 원래 여야가 합의했던 550억원의 절반 규모인데, 국립대 시간강사의 처우개선을 위해 71억원이 배정된다. 나머지 217억원은 사립대 시간강사 명목인데 대폭 삭감된 예산으로 시간강사의 처우가 개선될지 염려스럽다.
필자도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수년간을 대학에서 시간강사로 지내며 힘든 시간을 보낸 경험 때문인지 강사법 시행에 유독 관심이 많이 간다. 강사법이 누구를 위한 법인지 씁쓸한 느낌도 든다. 강사들의 처우 개선 문제가 결코 강사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함께 풀어야 할 공적 영역이라는 문제의식이 필요해 보인다.
/김정순 간행물윤리위원회 위원장·언론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