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보수 블로거 200여 명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소셜미디어 총회'를 가졌다. 명색이 소셜미디어 총회인데도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 등 소셜미디어 관련 기업은 초청받지 못했다. 대신 총회는 이들 기업에 대한 성토장이 됐다. 트럼프는 이 자리에서 "내년 대선에서 당선되지 못한다면 몇몇 회사는 문 닫을 줄 알라"며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이들 기업의 창업자와 대표이사가 민주당 지지자라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트위터 중독자' 트럼프가 이들 기업을 혐오하면서도 선뜻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를 중단하지 못하는 것은 자신 같은 '아웃사이더'가 대통령이 되기까지 SNS를 통한 '여론전'이 큰 몫을 했음을 잘 알고 있어서다. 지금 미국은 진보와 보수가 사사건건 대립하고 있다. 이런 정치의 극단화 배경에 SNS가 있다. 진즉 이를 간파했던 오바마 전 대통령이 퇴임 인터뷰에서 "그릇된 정보와 음모론이 여과 없이 확산하는 SNS 때문에 유권자가 양극화됐다"고 지적했을 정도다. SNS로 공유되는 당파적 발언이나 가짜 뉴스의 위력을 발판으로 트럼프는 마침내 대통령이 됐다.
최근 11일간 43건의 글을 SNS에 올려 '폭풍 페북'논란을 일으켰던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SNS의 대일 '여론전'을 당분간 접는다고 한다. 하지만 이를 곧이 믿을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조 수석은 18대 대선을 앞두고 "'묵언안거(默言安居)'에 들어간다"고 한 적이 있다. 2년 전엔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 수락사'라는 글을 올리면서 "강단으로 복귀할 때까지 SNS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를 지키지 못했다. 지난해 7월 SNS를 재개한 후 10월엔 '양승태 사법 농단' 사건과 관련해 현직 고등법원 부장판사를 공개 비판해 사법부 독립 침해논란을 불렀다.
조 수석의 SNS에 대한 관심은 트럼프와 비교될 만큼 각별하다. 그렇다고 비난할 수는 없지만, 청와대 민정수석의 지위로 하는 SNS로 국론이 분열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지금 우리 사회는 진보 보수가 사사건건 극명하게 대립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 말 한마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더욱이 조 수석은 곧 있을 개각에서 법무부 장관 물망에 오르고 있다. 그렇다면 '진보=애국' '보수=매국'을 암시하는 듯한 SNS는 더는 곤란하다. 조 수석이 이번 약속은 지킬지 두고 볼 일이다.
/이영재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