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성·자금세탁등 우려 무한연기
국내, 지자체 주도 지역화폐 반향
인천이음등 호평… '수용성' 핵심
지역공동체 공감대 유지등은 숙제

비트코인 등이 법정화폐로부터의 독립, 즉 탈중앙화를 지향하는 것과는 달리 리브라는 국채, 은행예금 등으로 이루어진 안전자산 바스켓과 연동하는 등 법정화폐와 연계함으로써 가치의 안정화를 꾀한다는 점, 사용자가 수십억명에 달해 수용성이 높은 점 등이 정책당국으로부터는 우려감을, 암호자산 시장참가자들로부터는 시장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 모았다. 이에 따라 연초에 430만원대에 머물던 비트코인 가격이 6월 26일에는 1천684만원까지 급등하였다.
페이스북의 각국 금융규제에 대한 순응 의사 표명에도 불구하고 미국 의회 등의 공개적인 우려와 반대에 부딪혀 페이스북은 백서 발간 한 달도 안되어 리브라 발행을 무기 연기하였다. 주된 쟁점은 여러 차례 개인정보 유출 사건 등으로 거액의 벌금을 부과받은 페이스북 자체의 신뢰성, 방대한 글로벌 네트워크에 기반한 송금서비스 등이 가져올 수 있는 금융불안정 리스크, 자금세탁 우려 등이었다.
한편, 국내에서는 또 다른 형태의 화폐로서 지자체가 주도하는 지역화폐가 주목을 받고 있다. 이를 도입하는 광역 및 기초 지자체수가 작년 66곳에서 올해에는 177곳으로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형태 및 운영방식은 다양하지만 지역화폐의 공통점은 법정화폐와는 달리 화폐의 범용성을 공간적으로 제약하여 지역 소상공인 등의 매출 향상을 직접적으로 지원함으로써 지역경제의 활성화를 도모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발행 및 운용 비용, 소비자의 선택을 제약하는 데에서 오는 불편함에 대한 재정 지원(캐시백) 등 비용이 소요된다. 이러한 비용에 비해 소상공인들의 매출 증가가 지역 내 생산 및 일자리 증가, 더 나아가 지자체 세수 증가 및 재정자립도 제고로 이어지는 등 편익이 더 크다면 해당 지역화폐는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여러 지역화폐 중에서도 금년 5월 초 출시된 '인천이(e)음'의 확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지역화폐든 리브라든 모든 화폐의 성공의 관건은 수용성이고 이는 네트워크 규모, 즉 이용자수 또는 가맹점수에 달려 있다. 이런 점에서 인천이음카드는 일단 성공적으로 보인다. 이용액에 한도를 두지 않아 가입자수 증가 속도가 예상을 뛰어넘으면서 여러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지만, 출시 3개월 만에 지역민은 물론 전국적으로도 인지도를 높였고 지역공동체에 대한 인식 제고 등 무형의 성과도 기대된다.
그러나 소비자의 선택을 지나치게 제약하지는 않는지, 재정여력이 서로 다른 기초지자체 간 또는 소비여력이 다른 소비자간 형평성 문제를 어떻게 보완할지, 지역공동체에 대한 공감대를 어떻게 유지하고 제고할 것인지 등 몇 가지 중요한 해결과제는 남아 있다. 또한 인천경제가 폐쇄경제가 아닌 이상, 공급사슬 등을 통해 거래의 일정 부분은 결국 지역 외로 다시 유출되는 만큼 지역화폐 도입의 순효과(net effect)에 대한 분석은 일정 기간 경과 후 엄밀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아울러 중장기적으로는 유출되는 자금보다 지역 내에서 부가가치로 창출되거나 유입되는 자금이 더 큰 경제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보다 근본적인 대책임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따라서 미래유망산업에서의 창업 활성화와 이를 통한 일자리 창출, 지역민들의 역내소비 진작 못지 않게 외지인들이 인천에서 보다 많이 소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관광산업 활성화 등에 지역화폐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고민도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김현정 한국은행 인천본부 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