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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이 가요 손이 가 새우깡에 손이 가 /아이 손 어른 손 자꾸만 손이 가~." 국민 스낵 농심 새우깡의 CM송이다. 1971년 출시한 이래 새우깡만큼 전 세대로부터 사랑받는 스낵도 드물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100년 동안 장수할 식품으로 새우깡을 열 손가락 안에 꼽는다.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짭짤하고 고소한 맛, 씹을 때 '바삭'거리는 그 독특한 소리로 새우깡은 외국에서도 인기가 높아 현재 70여 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처음엔 서해새우, 새우뻥, 새우튀밥 등의 이름이 거론됐다고 한다. 그러던 중 오너의 막내딸이 아리랑 노래를 부르면서 '아리랑'을 '아리깡'으로 잘못 발음한 데서 힌트를 얻어 새우깡이 됐다는 건 유명한 일화다. 생산 첫해엔 20만 박스가 판매됐다. 이듬해부터 주문이 몰려 20배가 넘는 425만 박스가 팔렸다. 기름이 아닌 뜨거운 소금의 열로 튀기고, 무엇보다 국내산 생새우를 쓴 게 '대박'의 원인이었다. 새우깡 한 봉지에는 5~7cm 크기의 새우가 3~5마리 들어간다. 군산 등 서해안에서 잡은 꽃새우가 주로 사용된다. 농심은 이를 위해 연간 400t가량의 꽃새우를 구매해 왔다. 이는 군산 꽃새우 생산량의 70% 규모다. 하지만 농심은 3년 전부터 국내산과 미국산을 반반씩 사용하고 있다. 국산새우에 문제가 발견돼서다. 농심은 내년부터 새우깡의 원료를 미국산으로 전량 바꾸기로 했다. 폐플라스틱 등이 섞인 새우로는 더는 식품 제조가 부적합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군산 어민들이 크게 반발했다. 정치권까지 가세해 "농심이 값싼 외국산으로 주원료를 대체하려고 한다"며 문제를 제기하며 논란이 커졌다. 반면 국민들 사이에선 "군산 새우를 다시 쓴다 한들 불안해서 어떻게 새우깡을 먹느냐"며 반발하고 있다. 이에 정부가 서해 꽃새우의 안전성에 대한 전면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새우깡 논란이 서해 수산물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로 확산했기 때문이다.

바다가 플라스틱 조각으로 몸살을 앓는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매년 평균 800만t의 플라스틱이 바다로 흘러들어 가고, 지름 5㎜ 이하의 미세 플라스틱 입자 50조 개 이상이 지금도 바다에 떠다니고 있다. 지난해엔 국내 특정 지역 굴과 바지락에서도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됐다. 식탁에 오르는 수산물에 이어, 이제 새우깡으로 번진 플라스틱 논란은 해양오염의 주범인 우리 인간에게 신이 내린 준엄한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영재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