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단체 남동유수지 정비활동
번식기 지난 섬 주변 수풀 무성
잡초 뽑고 너구리 은신처 제거
인천시 등 육상동물 차단 논의
멸종위기종 저어새의 주요 번식지인 인천 남동 유수지에서의 번식률이 급감(6월 18일자 8면 보도)하고 있는 가운데,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번식지 정비에 나섰다.
3일 오전 7시께 인천 남동 유수지. 시민단체 저어새네트워크, 한국물새네트워크 회원 10여 명이 낫을 든 채 모터보트를 타고 유수지 내 '저어새섬'에 진입했다. 이 섬은 지난해 인천시가 저어새 번식지 확대를 목적으로 추가로 만든 인공섬이다.
회원들은 이날 저어새섬을 가득 뒤덮은 식물들을 제거하기 위해 모였다. 번식기가 끝나자 이 섬에는 환삼덩굴, 망초, 단풍잎돼지풀 등의 식물들이 곳곳에서 자랐다.
높이가 1m 이상 자라면서 육지에서는 섬의 바위가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올해 저어새 번식 실패 요인으로 꼽히는 너구리가 숨어 있기 좋은 환경이다.
게다가 환삼덩굴 등에는 가시가 있어 저어새의 활동을 방해할 수 있는 만큼 시민들은 이 식물들이 섬에 뿌리를 내리기 전 제거에 나섰다.
이듬해 번식할 곳을 미리 정해두는 저어새 특성을 고려해 남동 유수지가 안전하다는 인식을 줘 내년에는 더 많은 저어새가 찾길 바라는 마음이다. 이들은 햇볕이 내리쬐는 인공섬 위에서 약 3시간 동안 작업을 이어갔다.
저어새네트워크 남선정 사무국장은 "인천시와 환경부가 너구리 침입 방지를 위해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시민들도 저어새가 안전하게 번식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줘야 할 것 같았다"며 "내년에는 저어새들이 정상적으로 새끼를 낳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저어새의 주요 번식지인 남동 유수지에서는 올해 너구리의 접근으로 15마리의 저어새 새끼만이 정상적으로 성장해 둥지를 떠났다. 233마리가 정상적으로 부화했던 2017년과 비교하면, 부화 개체가 2년 만에 약 93% 감소했다.
3일 찾은 저어새섬에는 너구리로부터 공격받은 저어새 알이 곳곳에 남아 있었다. 환경부와 인천시, 국립생태원 등 관계 기관은 너구리 접근을 막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노력에 감사하다"며 "너구리 접근 방지에 대해선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이 있어 추가 논의를 통해 빠른 시일 내에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공승배기자 ks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