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장비업체등 입주업체 퇴거
의상·소품회사 2곳 옮길 곳 없어
서울영화장식센터 소장 40여만점
이사비용등 감당 못해 버려질 판
남양주종합촬영소가 부산 이전을 앞두고 반세기 한국영화의 역사가 담긴 소품 40여만점이 폐기될 위기에 처해 안타까움을 안겨주고 있다.
남양주종합촬영소 입주 기업인 '서울영화장식센터'는 임권택 감독과 작품을 같이하며 소품 감독으로 이름을 날린 김호길 대표가 업체를 꾸려오며 모은 소품만 40여만점으로, 반세기 한국 영화사를 보여주는 박물관이다.
맷돌부터 조선시대 군졸들의 창과 활, 일제 강점기 마차, 70년대 가전제품까지 다양한 종류의 소품들이 있다. 영화촬영을 위해 만든 가품도 많지만 김 대표가 직접 수집한 실제 물건도 상당수다.
서울영화장식센터 관계자는 "현재 센터 내 소품들이 고물처럼 보이지만 지금도 영화촬영 때 쓰이는 물건들"이라며 "특히 시대극의 경우 영화인들이 이곳을 찾아올 수밖에 없을 정도로 의존도가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6천600㎡ 규모의 창고를 가득 채운 영화 소품들은 지금 갈 곳을 잃고 폐기될 위기에 처했다.
남양주종합촬영소는 정부의 공공기관 지방 이전계획에 따라 부산 이전(사업종료 10월 16일)을 앞두고 있다. 이에 입주업체들은 계약이 만료되면 자체적으로 이전해야 한다.
현재 촬영장비업체 등 입주업체들은 촬영소를 떠났지만 의상과 소품을 담당하는 입주기업 2곳은 옮길 곳을 찾지 못해 남아 있다. 훼손되기 쉬운 영화 소품 특성상 서울영화장식센터는 당장 이전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
올해 6월 입주계약이 만료된 서울영화장식센터에 대해 영화진흥위원회는 건물을 비우라는 명도 소송을 건 상태다. 영진위가 남양주종합촬영소를 인수한 부영 측에 조안면 삼봉리 이전 부지와 시설 소유권을 넘기는 것은 올 10월로 시점이 맞춰져 있다.
업체 관계자는 "10월 이전에 창고를 비우고 '알아서' 나가라는 것인데 이전비용을 감당할 수도 없고 물리적으로도 불가능하다"며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결국 폐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센터 측은 이전을 위해 수도권 일대 창고를 물색하고 영화관련 문화콘텐츠에 관심을 보이는 지자체나 기업에 제안서를 냈지만 아직 뾰족한 답변이 없는 상황이다.
남양주종합촬영소는 1998년 8월 문을 연 국내 대표적 영화촬영시설이자 체험시설이다. '공동경비구역 JSA' 판문점 세트는 남북 판문점 정상회담 이후 관광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개관 이후 이 곳을 다녀간 관람객은 380여만명에 달한다.
서울영화장식센터는 싼 임대료로 입주하는 대신 소품을 관람객에게 공개하며 투어 가이드 역할도 해왔다. 현재 이전 계획으로 일반인 관람객 체험은 종료된 상태며 촬영세트에서 영화제작만 진행되고 있다.
업체 관계자는 "반세기 한국 영화의 역사이자 관광객들에게 훌륭한 볼거리였던 소품들이 허망하게 폐기될 위기"라며 "최소한 이전 계획을 단계적으로 세울 시간이라도 벌 수 있도록 관심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남양주/이종우기자 ljw@kyeongin.com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