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동통신참여
선경은 1994년 공기업인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의 최대주주로 경영에 참여하며 첨단 ICT 분야에 본격 진출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SK 제공

노태우, 끝내 사돈기업 선정
김영삼 설득에 최종현 반납
대신 '한국이동통신' 인수
일제 귀속기업 모체 재벌화
형제경영 성공 대표적 사례

2019081201000000200104712




선경의 대박 행진은 1990년대에도 계속됐는데 계기는 1994년에 공기업인 한국이동통신을 인수한 것이었다.

한국전기통신(현 KT)은 1984년에 소위 '삐삐'로 불리던 무선호출서비스 업무를 분리해서 자회사로 한국이동통신을 설립했다.

동사는 1988년부터 휴대전화 서비스를 개시했는데 무선호출, 차량 전화, 휴대전화에 대한 수요가 점증하는 등 전도가 매우 유망했다.

정부는 이동전화서비스사업을 경쟁체제로 전환하기로 하고 제2 이동통신 사업자 선정작업에 착수했다.

1991년 7월 23일 국회에서 제2이동전화 사업자 선정기준을 담은 공중전기통신법과 전기통신기본법 개정법률안을 통과시켰다.

>> 20C 마지막 대형사업


제2 이동통신은 20세기의 마지막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치부돼 선경(유공), 포항제철, 코오롱, 쌍용, 동양, 동부 등이 각축전을 벌인 결과 1992년 8월 20일에 유공과 한전, GTE, 보다폰 등 총 16개 업체로 구성된 대한텔레콤(주)가 최종 선정됐다.

그러나 우여곡절 끝에 제2 이동통신의 낙찰자가 포항제철과 코오롱 등의 컨소시엄인 신세기통신으로 변경됐는데 배경은 다음과 같다.

"임기 말의 (노태우) 대통령이 재계 전체의 판도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중요한 대형사업의 사업자에 자신의 사돈 기업을 선정한 것이다. 이즈음 노태우와 주례회동을 하는 자리에서 나(김영삼 당시 민자당 대통령 후보)는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임기 말에 이동통신사업이란 막대한 이권을 사돈에게 주면 절대 안 된다고 얘기했다. 노태우는 오히려 '아니 모든 사람이 찬성인데 김 후보만 왜 반대 합니까'하며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나는 8월 24일 오전 하이얏트호텔에서 최종현 회장을 만났다. 나는 최 회장에게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현 대통령의) 사돈으로서 최 회장이 반납하는 길밖에 방법이 없습니다.'나는 내가 반드시 대통령에 당선될 것이며, 그렇게 되면 이번 노태우의 결정을 취소할 것이라고까지 말하며 설득했다.-선경은 25일 오후 사업권 반납을 발표했다."('김영삼 회고록3', 2015, 309-310면)

선경 최종현 회장의 장남인 최태원과 노태우 대통령의 장녀 노소영은 노 대통령 취임 7개월 만인 1988년 9월 1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결혼식을 올린 바 있다.

대신 선경은 선발기업인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을 인수해서 1997년에 SK텔레콤으로 상호를 변경했다.

항간에는 신설예정인 신세기통신보다 이미 영업 중인 선발기업 한국이동통신을 인수하는 것이 훨씬 매력적이라 판단했다. 한국이동통신은 1999년에 신세기통신마저 인수함으로써 국내 이동통신업계의 최강자로 부상했다.

>> 재벌서열 3위 '급성장'


2019081201000000200104713
선경은 1980년대 이후 공기업인 대한석유공사와 한국이동통신을 인수해서 급속하게 덩치를 키운 결과 2011년에는 삼성, 현대차그룹에 이어 재벌 서열 3위로 성장했다.

그 와중에서 선경도 국내의 여느 재벌처럼 정치권과의 유대를 돈독히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최종현 회장은 전두환 대통령의 일해재단에 현대, 삼성, 대우, LG에 이어 5번째로 많은 액수인 28억원을 출연했을 뿐만 아니라 장남 최태원의 장인인 노태우 대통령에게는 30억원의 뇌물을 공여했다.

개발도상국의 성공한 기업에 있어 정치자금 수수는 계속기업화의 필요충분조건이었던 것이다.

"SK그룹은 노태우 대통령 재임 기간인 1988~1993년을 중심으로 전후 몇 년간 급속도로 성장했다. SK그룹이 오늘날의 위치에 오르는 데는 이 기간의 성장이 결정적이었다. 특히 SK그룹의 이동통신사업 진출, 허가, 한국이동통신 인수 등의 과정은 '살아 있는 권력의 사위'이기에 가능했다는 이야기가 파다하다.-SK그룹 성장사에서 최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결혼을 빼놓을 수 없는 이유다."('일요신문', 2017.07.24.)

창업자 최종건이 적수공권으로 선경직물을 불하받아 도약의 기초를 마련하고 동생 최종현은 이를 재계서열 3위의 SK그룹으로 발전시켰다.

SK그룹은 한화, 두산, 해태, 동양, 하이트, 애경그룹 등과 함께 일제가 남겼던 귀속기업을 모체로 해서 재벌화한 대표적인 사례였다.

또 선경은 현대, LG, 한진그룹 등과 함께 형제경영을 통해 성공한 대표적 케이스이기도 했다.

/이한구 경인일보 부설 한국재벌연구소 소장·수원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