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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수미 성남시장은 14일 공안검사 출신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조국 교수가 법무부장관에 지명된 것과 관련, 사노맹 사건을 꺼내 들며 반대하고 있는 것에 대해 "그렇다면 왜 당신은 그때 독재와 인권유린, 다시 떠올리기 힘든 죽음과 같은 고통에 저항하지 않았습니까. 왜 사람들의 아픔을 외면했습니까"라고 비판했다

은 시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조국은 안된다는 야당 정치인에게 묻습니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사노맹 사건은 1990년에 발표된 좌파 혁명조직 사건으로, 훗날 정보기관에 의한 고문·조작 사실이 폭로된 대표적인 공안사건이기도 하다. 관련자 전원은 김대중 정부 시절 사면·복권됐고, 지난 2008년에는 민주화보상심의위로부터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받았다.

은수미 시장도 사노맹 사건과 관련돼 1992년 구속돼 6년간 복역한 뒤 출소했다. 은 시장은 잔혹한 고문을 당해 심장판막이탈증, 폐결핵, 장염, 종양 등을 앓고 장결핵으로 장을 50㎝ 잘라내기도 했다. 당시 후유증으로 한때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고, 지금도 운전대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은 시장은 "사노맹과 연관된 모든 사람은 담담히 그 대가를 치렀습니다. 사람을 짓밟는 군홧발에 저항했고, 가혹한 고문을 일삼던 어두운 방의 고통을 견뎠으며, 목숨까지 요구했던 그 시대를 버텼습니다. 가끔 터져 나올 것 같은 비명을 참으며 지금까지 살았고, 때가 되면 터지는 빨갱이 사냥의 무례함에도 눈을 감았습니다. 그리고 묻지도 않았습니다"라면서 "저는 되묻고 싶습니다. 그러면 당신은 왜 그때 저항하지 않았습니까, 독재가 정당하다고 생각했습니까"라고 반문했다.

은 시장은 이어 "야당이 조국이 안 된다며 사노맹 마녀사냥을 또 시작했습니다. 왜 또 그러십니까. 사노맹과 연관되었던 사람들이 무슨 요구라도 하던가요. 왜 아무 일도 하지 않았거나 독재에 동조했던 사람들이 아니라, 온갖 대가를 다 치른 사람들이 이 무례함을 견뎌야 합니까. 그때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던 당신이 어떤 권리로 나를 매도합니까"라고 비판했다.

은 시장은 "아직 어렸던 20대 때 고문으로 만신창이가 된 몸을 꽁꽁 묶은 밧줄에 잡혀 재판받았습니다. 수술 후 깨어난 중환자실에서도 발에는 수갑이 채워졌습니다. 교도소 제 방에는 창문조차 없었습니다. 민들레꽃씨가 날아와 그제야 봄 인줄 알았습니다"라며 "그래도 그 세월을 버틴 것은 사람에 대한 사랑과 믿음입니다. 분명한 건 사람은 그 어떤 이유로도 고통받아서는 안 됩니다. 사람은 그 어떤 이유로도 고문받아서는 안 됩니다. 혐오와 갑질에 시달려서는 안 되며, 우리는 약자를 보호할 당연한 의무가 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은 시장은 그러면서 "이 고통을 우리 대에서 끝내야 한다는 마음으로 지금도 삽니다. 그러니 사노맹을 내버려 두십시오. 박노해 백태웅 은수미 조국만이 사노맹이 아닙니다. 사람의 고통에 공감했던 수많은 젊은 영혼이 사노맹이었습니다. 이들에게 더 이상 무례하게 굴지 마십시오"라고 호소했다.

은 시장은 "저항을 한 조국은 안되고, 가만히 있거나 동조한 당신은 된다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부끄러움도 염치도 없는 것입니다. 대한민국을, 시민을, 우리의 역사를, 미래에 대한 열정을 무시하는 것입니다. 당신 자신부터 되돌아 보십시오"라며 글을 마쳤다. 

성남/김순기기자 ksg2011@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