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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사업본부가 제74주년 8·15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역사 속의 태극기' 기념우표 112만 장을 발행했다. 이번 기념우표에 등장하는 태극기는 구한말 고종이 미국인 외교 고문 '데니'에게 하사했다고 알려진 '데니 태극기'를 비롯해 '대한민국 임시의정원 태극기', '한국광복군 서명문 태극기', '경주 학도병 서명문 태극기', '김구 서명문 태극기', '진관사 소장 태극기' 등 16종이다. 모양은 조금씩 다르지만, 각 태극기에 공통으로 깃들어 있는 민족사적 가치는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각 태극기가 제작된 시기와 배경을 돌이켜 볼 때 한 점 한 점마다 민족정기가 서려 있는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 개인적으로는 발견된 지 올해로 10년이 된 '진관사 태극기'에 가장 먼저 눈길이 간다. 이 태극기에 숨어있는 '반전' 때문이다.

2009년 서울 북한산 진관사 칠성각을 해체·복원하는 과정에서 작업 인부들이 낡은 보자기 하나를 찾아냈다. 보자기 안에서는 '독립신문', '신대한', '조선독립신문', '자유신종보' 등 독립운동계 신문과 문건이 무더기로 발견됐다. 신문과 문건에는 3·1운동 이후의 상황을 알리는 기사와 함께 태극기 관련 기사 및 자료들이 실려 있었다.

신문도 신문이지만 사람들을 더욱 놀라게 한 것은 바로 보자기의 정체였다. 그 낡은 보자기는 태극기였다. 그런데 반전이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태극기가 일장기 위에 덧칠해 그린 태극기라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일장기에 덧칠한 태극기라니…. 태극기를 그릴 제지가 없어서 일장기 위에 태극기를 그리지는 않았을 터이다. 그것보다는 '일본을 누르고 독립을 쟁취하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명이라는 게 학자들의 일반적인 해석이다. 일제에 대한 분노와 독립의지를 담아 '기획 제작된' 태극기였던 셈이다.

이 태극기는 3·1 운동이 일어난 1919년 당시, 진관사에 머물던 독립운동가 백초월 스님이 숨겨 둔 것으로 추정된다. 불교계 독립운동을 이끈 백초월 스님은 광복을 1년 앞두고 청주형무소에서 순국했다. 이 태극기는 10년 전에 우연히 발견되기까지 90여 년간 절간의 후미진 곳에서 신문과 문건을 품고 있었던 터라, 건괘(乾卦) 쪽 모서리 부분이 삭았고 중앙에 구멍도 여러 개 나 있다. 일본이 경제전쟁을 일으킨 후 많은 이들이 '극일'을 이야기한다. 이 태극기가 주는 울림이 예년에 비해 크게 느껴지는 광복절이다.

/임성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