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화속의 비극적 가족사 모티브
혼혈·한인2세 등 협업 억압받는 女 기려
인천서 친부모 찾으려 '실종자 프로젝트'
현재 독일 베를린을 중심으로 창작 활동을 펴고 있는 케이트 허스 리는 퍼포먼스, 사회 개입, 조각, 비디오 작업 등 다양한 분야를 오가며 젠더, 이주, 불평등과 관련한 주체를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2019년도 인천아트플랫폼 10기 입주 예술가로 선정된 작가는 지난 6월부터 이달까지 인천에 머물며 창작 활동을 진행했다.
리는 1976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태어난 지 한 달 만에 미국 디트로이트로 입양됐다. 인종 분리지역이자 노동 계층이 주를 이루는 매콤 카운티(Macomb County)에서 성장기를 보낸 작가는 흑인과 백인의 정체성 사이 어디에도 속하지 못했다.
그는 자신의 위치를 조율하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을 했고, 이같은 경험은 그의 작업 곳곳에서 표출되는 초국가적 정체성의 배경이 됐다.
이번 전시 제목인 '상복이 어울리는 엘렉트라'는 그리스 신화 속 비극적인 가족사를 현대의 미국 가정에 적용했으며, 한 가족의 애증과 파멸을 그린 미국의 극작가 오닐의 동명 희곡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신작 '이피게니아의 거센 바람(The Gusty Winds of Iphigenia)'은 이번 전시의 주제의식을 가장 잘 드러낸다. 애도의식의 일환으로써 수공예 작업과 같은 반복적인 행위에 집중한 작업으로 해외 입양인, 한국인 혼혈, 한국으로 돌아온 한인 2세 등 해외에서 자란 한국인들과의 협업으로 제작됐다.
최근작 '세븐 시스터즈(Seven Sisters)'의 새로운 버전도 공개된다. 미용을 위한 LED 조명과 죽부인 등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고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플레이아데스의 일곱 자매'의 이야기를 차용한 작업이다.
남성의 신체에 봉사하거나 여성의 신체를 통제하기 위해 고안된 발명품을 일컫는 시리즈 작업이다. 작가는 위안부와 같이 성적으로 학대받고 억압받는 여성을 기리기 위해 이 작업을 했다.
리는 1997년 한국을 방문한 이래로 한국인 친부모를 찾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했다. 작가는 친부모를 찾기 위한 자신의 행위를 작업으로 진행하기도 했다.
'실종자 프로젝트(Missing Persons Project)'(2005)는 작가가 태어난 동대문 인근에 출생 정보와 현재 본인의 모습을 담은 벽보를 붙이는 과정을 다뤘다.
이를 본 인근 거주자는 비슷한 사연을 가진 동네 주민의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친부모 일지도 모르는 부부가 인천으로 이사 갔다는 것이다.
이는 작가가 인천아트플랫폼 입주 예술가에 응모하게 된 계기로 작용했다.
작가는 시카고 예술대학에서 퍼포먼스 아트를 전공하고, 캘리포니아 어바인 주립 대학에서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이미래'라는 한국 이름과 함께, 베를린을 거점으로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활동 중이다.
한편 전시 오프닝 행사는 전시기간 중인 22일 오후 5시에 진행된다. 문의 : (032)760-1005
/김영준기자 ky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