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아이클릭아트

고등학생·교사 등 신랄하게 증언
당국·담당자 미온적 태도 등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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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전반에 걸친 여성운동 '미투' 열풍이 학교까지 전파된 이른바 '스쿨미투'가 터진 지 1년을 맞았지만, 정작 현장에선 달라진 게 없다는 비판이 나왔다.

경기도여성가족연구원이 지난 12일 '학교의 성평등문화 조성을 위한 라운드 테이블 : 학교와 교사의 역할을 중심으로'를 주제로 열띤 토론을 벌였다.

경기도 내 학교들도 지난 4월께 수원, 시흥 등의 일부 학교에서 스쿨미투가 터져 나왔다.

'집창촌' '창녀' 등 교사가 학생에게 건넨 농담으로 치부할 수 없는 수준의 성희롱이 난무했고, 학생들은 수수방관하는 학교를 비판하며 SNS와 청와대 국민청원 등을 통해 공개적으로 성폭력을 저지른 교사를 고발하기도 했다.

이날 토론에서도 현재 학교에 재학 중인 고등학생과 상담 및 보건, 학교 교사 등 실제 학교 현장의 당사자들이 직접 나서 교내 성폭력의 현실을 신랄하게 증언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고등학생 발표자는 직접 혹은 주변 친구들이 겪은 실제 사례를 구체적으로 묘사하며 가해자 형태별로 교내 성폭력의 유형을 설명했다.

학생 발표자는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교사의 성폭력은 '그루밍 성폭력'의 방식이라 쉽게 공론화되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처음엔 여학생 몇 명을 사적인 이유로 밥을 사주거나 입시에 도움을 주겠다는 이유로 불러내 사소한 접촉을 시도한다"며 "특히 가해 교사가 특정 학생그룹을 타깃으로 삼을 경우 그 집단은 또래 집단에서도, 다른 교사에게도 고립돼 신고하거나 상담을 신청하기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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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경기도여성가족연구원에서 열린 스쿨미투 토론회. /경기도여성가족연구원 제공

또 교사와 학생 간의 수직적인 관계도 문제다. 학생들은 "중학교보다 고등학교, 일반 교사보다 주요과목 혹은 담임교사가 학생에게 권력을 가진다"며 "고3 학생은 대학입시를 쥐고 흔드는 교사에게 완전히 의존할 수밖에 없다. 스쿨미투가 중학교를 중심으로 일어난 것도 고등학생은 교사를 고발할 때 감수해야 하는 위험이 크기 때문"이라고 현실을 꼬집었다.

더불어 또래 혹은 선배 남학생에 의한 성폭력은 피해자가 광범위하게 발생한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로 SNS를 통해 여학생의 외모 순위를 매기고 불법 촬영물을 유포해 댓글을 다는 등의 사이버 성폭력의 수위와 위험도가 상당히 높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폭이 넓어 상대적으로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또한 이러한 가해행위에 대해 학교 당국도 '아직 미숙해서, 피해자를 좋아해서' 등의 이유로 사건 자체를 무마하려는 시도가 빈번하다고 비판했다.

현장의 상담 및 담임교사들은 학교 및 교육당국의 미온적 태도를 강하게 지적했다.

상담교사들은 경찰 및 교육청 등 외부기관과 연계했을 때 과중해지는 학교업무, 가해 동료교사와의 불편한 관계, 관리자의 책임의식 부재 등을 스쿨미투가 해결되지 않는 원인으로 꼽았다.

이 날 토론회에 참석한 상담교사는 "실제 사제 간 성폭력 사안을 처리할 때 피해학생 및 보호자가 경찰조사를 거부해 대신 참고인 조사에 불려 나갔고 이후 도교육청 감사 등 몇차례 사건 조사를 돕기위해 불려나가면서 기존 업무가 마비돼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며 "또 가해 동료교사가 직위해제 되기 전까지 수시로 찾아와 굉장히 괴로웠다. 어떤 경우엔 승진을 앞둔 교감이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해 혼자 업무를 처리 하다보니 부담감과 책임감, 신변 안전까지도 걱정됐다"고 토로했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