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회장
SK는 1998년 최종현 선대회장이 타계한 후 장남인 최태원이 사촌형제들을 제치고 3대 총수에 선임됐다. /SK 제공

화학·에너지·통신 골격 완성
38세 약관 최태원 총수 선임
2003년 계열사 59개 재벌3위
주식 부당하게 맞교환 혐의
회계장부 조작 '최회장 구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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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3월에는 국내 최대의 에너지기업인 SK(주)가 쌍용그룹으로부터 국내 정유 시장 점유율 12.6%의 쌍용정유 지분 28.41%를 인수했다.

쌍용그룹은 쌍용자동차 매각과정에서 추가로 1조7천억원의 부채를 떠안게 됐는데 이를 정리하고자 알토란같은 쌍용정유를 매각했던 것이다.

이로써 국내 정유 시장은 종래 5사 분할체제(SK(주), LG정유, 쌍용정유, 한화에너지, 현대정유)에서 SK(주), LG정유, 현대정유 등 3사 지배체제로 단순화됐는데, 특히 SK(주)는 쌍용정유를 인수해 시장지배율이 36.2%에서 48.8%로 크게 향상돼 국내정유업계의 리더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호사다마라 했던가 또다시 위기가 도래했다.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1998년 8월 26일 최종현 회장이 향년 68세로 사망한 것이다.

최종현 2대 회장은 친형인 최종건 창업주가 1973년에 향년 47세로 타계하면서 경영권을 물려받아 1980년에 유공(SK이노베이션)을, 1994년에는 한국이동통신(SK텔레콤)을 인수해 화학과 에너지, 통신의 삼각편대의 SK그룹 골격을 완성했다.

>> 최종현 회장 사망

더구나 당시는 단군 이래 최대 국난·외환위기여서 매우 엄혹한 시기에 거함 SK호는 탁월한 선장을 잃었다.

최종현 2대 회장 사망과 함께 3대 총수에는 38세의 약관이자 최종현의 장남인 최태원이 사촌 형제들을 제치고 선임됐다. 1960년생인 그는 국내에서 고려대를 거쳐 미국 시카고대학에 유학했다가 SK에서 경영수업을 받던 중이었다.

최종건 창업주의 3형제(윤원, 신원, 창원)와 최종현 2대 회장의 형제(태원, 재원) 등 5명의 사촌형제 회동에서 당시 외환위기 속에서 그룹을 이끌 적임자로 최태원을 만장일치로 결정했다.('한경비즈니스' <No.1213, 2019.2.25.> 39쪽)

그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사위로 4촌 형제 중 가장 배경이 좋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한편 1999년 10월 SK상사(SK네트웍스)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연간 시장규모 4조원대의 의료용품 유통사업에도 진출했다.

의료정보분야 벤처기업인 비트컴퓨터, 메디다스, 전능메디칼 등과 제휴, 전자상거래를 통해 병원과 약국에 약품과 의료장비 등을 공급할 목적에서였다.

1999년 12월 20일에는 이동통신업계의 1위 SK텔레콤이 신세기통신의 코오롱과 포항제철 지분 51.19%를 인수했다. 이에 SK텔레콤은 국내 이동통신 시장점유율 60%를 장악, 최대의 독점업체로 도약했다.

2000년 4월에는 한덕생명보험을 인수, 이미 인수한 국민생명과 함께 SK생명에 통합했다.

당시 정부는 외환위기 여파로 부실화된 두원, 조선, 한국, 한성, 동아, 태평양, 국민, 한덕생명보험 등을 다른 기업들에 헐값에라도 인수시키기로 방침을 정했는데 그 일환으로 SK그룹이 한덕생명과 국민생명을 한꺼번에 인수했다.

SK는 평화은행 카드사업부를 인수해 새로 신용카드사업에도 진출했다.

그 결과 SK그룹은 2003년 당시 계열사 수 59개에 자산 50조원의 재벌서열 3위로 도약했다. 대부분의 재벌이 외환위기로 축소경영 등 엄청난 시련을 겪는 상황에도 SK그룹만은 약진을 거듭했다.

이 무렵까지 SK그룹은 '비교적 모나지 않은 그룹이었다. 시류를 잘 타서인지 거대 그룹임에도 불구하고 역대 정권으로부터 박해를 받은 일이 거의 없었고 재벌개혁을 화두로 꺼낸 현 정부 아래서도 늘 예봉을 비켜가고 있다. 다른 기업들과도 큰 마찰 없이 지내 왔다.'('뉴스메이커', 2001.2.15, 410호)

>> 그룹 최대위기 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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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SK그룹은 창업 50주년 즈음 최대 위기에 직면했는데 그 시작은 2003년 2월 최태원 회장이 전격 구속되면서부터였다.

최 회장이 비상장 계열사인 워커힐호텔 주식과 SK C&C가 보유 중이던 초우량 상장기업인 SK글로벌의 주식을 부당하게 맞교환한 혐의 등 때문이었다.

사유는 최태원 등이 워커힐호텔 주식 변칙증여와 SK증권 주식 이면 거래 등을 통해 SK C&C와 SK글로벌에 각각 716억원과 1천355억원 등 총 2천71억원의 손실을 입혔다는 것이다.

특히 이 사건은 진보성향의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에 발발했기 때문에 주목 대상이었다. 이후 사정기관의 집중적인 수사를 통해 SK글로벌(현 SK네트웍스)이 1조5천억원대의 분식회계를 한 사실도 확인됐다.

SK글로벌은 2001년도 회계결산을 하면서 가공자산 계상 및 고의로 혹은 부주의로 회계장부에 누락시키는 부외부채 처리, 해외출자회사 평가손실 누락 등을 통해 1조1천881억원의 은행채무를 누락시키고 1천500억원 상당의 허위 매출채권을 만들어 이익을 부풀리는 등 총 1조5천587억원 상당을 분식회계 처리한 것이다.

1995년부터 그룹차원에서 조직적으로 회계장부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례로 SK해운은 2002년에 페이퍼 컴퍼니인 (주)아상 및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사람 등에 총 2천900억원을 빌려주고 그중 2천392억원을 연말에 손실로 처리한 것이 노출됐다.

이 때문에 SK해운은 700여억 원의 영입이익을 내고도 2천2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진풍경(?)이 야기됐다. SK그룹은 분식회계 등을 통해 조성한 자금 일부를 정치권에 제공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국내 기업 역사상 최대의 회계사기가 적발된 것이다.

/이한구 경인일보 부설 한국재벌연구소 소장·수원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