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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개봉한 '꿈의 구장(Field of dreams)'은 옥수수밭에 야구장을 지으면서 펼쳐지는 판타지를 다룬 영화다. 영화의 모티브는 미 프로야구의 흑역사 '블랙삭스 스캔들'에서 따왔다. 시카고 화이트 삭스와 신시내티 레즈가 맞붙은 1919년 미 프로야구 월드시리즈. 승부는 막강한 전력의 삭스가 싱겁게 끝낼 것으로 모두 예상했지만, 결과는 반대였다. 다음 해 가서야 삭스 선수들이 고의적으로 패배했다는 것이 밝혀졌다. 팬들은 경악했다. 승부조작에 가담한 8명의 선수는 영구제명됐다.

영화는 평범한 옥수수 농장주 레이 킨셀라 (케빈 코스트너)에게 매일 밤 들리는 환청으로 시작한다. '그것을 만들면 그들이 올 것이다'. 킨셀라는 옥수수밭을 갈아엎고 조명까지 갖춘 멋진 야구장을 만든다. 이웃의 반응은 조롱과 냉담. 그러던 어느 날, 옥수수밭 사이로 한명의 선수가 수줍게 걸어 나온다. 타이 캅과 늘 타격왕을 겨루던 '맨발의 조' 조 잭슨이다. 그렇게 한 명 또 한 명, 삭스에서 제명된 선수 8명이 옥수수 야구장을 찾아온다는 줄거리다. 마치 꿈에서나 있을 법한 얘기다.

한국에서 이 영화의 흥행은 저조했다. 우리의 정서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야구라면 자다가도 일어나는 미국에서는 달랐다. 흥행은 말할 것도 없고, 이 판타지 영화가 준 울림은 상상 이상이었다. 영화에서 옥수수 구장을 찾은 '맨발의 조'가 킨셀라에게 "여기가 천국인가요?"라고 묻는 대사가 나오자 극장마다 관객의 박수가 터져 나왔다고 한다. 눈물을 흘리는 관객도 많았다. '꿈의 구장'은 미국인의 로망이 됐다.

영화 '꿈의 구장'이 현실이 된다. 내년 8월 14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뉴욕 양키스의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경기가 실제로 미국 아이오와주의 다이어스 빌 농장에 조성되는 특별야구장에서 치러지기 때문이다. 이 농장은 실제 '꿈의 구장'이 촬영된 곳이기도 하다. 1910년부터 1990년까지 화이트삭스가 홈구장으로 사용했던 코미스키파크를 재현한 8천석 규모의 야구장 공사가 지난 14일 착공됐다."옥수수밭에서 펼쳐지는 야구가 얼마나 많은 사람을 화합하게 할지 기대된다"는 미 메이저리그 관계자의 말이 가슴을 때린다. 부럽다. 100년이 넘은 한국 야구의 역사, 37년 프로야구 역사에도 불구하고 야구박물관 하나 없는 우리의 현실을 생각하니 더욱더 부럽다.

/이영재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