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진청만 취급가능·방제실험 금지
도내 곳곳 발병 불구 '치료제' 없어
道, 국내 첫 실증실험 하려다 불발
외국산 농약도 제대로 활용 어려워
발생하면 나무 전체를 매몰해야 해 '과수 구제역'으로 불리는 과수화상병(8월 2일자 3면 보도)이 경기도 곳곳에서 발병했지만 국내에서는 치료제 실험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경기도는 최근 과수화상병이 발생한 농가를 격리해 국내 최초의 치료제 실증실험을 진행하려 했지만, 전염 우려에 실제 실험이 성사되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과수화상병은 사과나 배 등에 피해를 주는 세균성 식물 병으로 병에 걸린 과수는 잎·꽃·줄기·과일이 불에 탄 것처럼 붉은 갈색이나 검은색으로 변하며 마르는 증상을 나타낸다.
지난 2015년부터 국내에서 발생하기 시작한 과수화상병은 주로 충청도와 같은 중부 지역을 중심으로 발병했고, 경기도에서도 안성 등 남부지역에만 나타났지만 올해는 이례적으로 파주·연천 등 경기 북부에서도 발생했다.
과수화상병 피해 지역이 확대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병을 치료할 수 있는 확실한 약제는 개발되지 않은 상태다.
도는 지난달 파주에서 과수화상병이 발병하자 해당 농가를 '격리 온실'로 만들어 방제·약효실험 등 치료제 관련 실증 작업을 하려 했다.
하지만 파주시 측에서 격리 온실 작업 과정에서 균이 외부로 샐 우려가 있다는 의견을 제기하며 시행되진 않았다.
검역금지병해충인 과수화상병균은 검역법 상 농촌진흥청만이 취급할 수 있고, 그마저도 방제와 관련된 실험은 금지된다. 이 때문에 과수화상병 실험을 실시하고 국내 여건에 맞는 치료제를 개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만, 외국에서 과수화상병 예방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농약 6~7종만 국내에 들어와 있어 경기도농업기술원 등 일선 기관은 이 같은 수입산 농약의 약효 실험만 제한적으로 행하고 있다.
이들 농약을 어느 정도나 써야 실제로 과수화상병에 효과를 나타내는지와 같은 실제적인 임상실험은 하지 못하며, 감염 농가를 대상으로 한 실험이나 실제 균을 활용한 실험도 언감생심이다.
결국 '한국형 치료제' 없이 과수화상병 근절이 어려운 만큼, 이른 시일 내에 실증 실험을 통한 치료제 개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재명 도지사도 최근 간부회의를 통해 "가능한 방법을 찾아야지 몇 십억원씩 피해가 발생하는 데 매일 갈아엎을 수는 없다. 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관련 부서에 대안을 주문했다.
/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