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실세 한명회가 뽑은 풍문조작단
세조 위한 미담 만든다는 '팩션 사극'
5명 각기 다른 재주·B급 유머 큰재미
'거짓은 진실 못이겨' 묵직한 메시지
조진웅·손현주등 '감칠맛 연기' 볼만
■감독 : 김주호
■출연 : 조진웅, 손현주, 박희순
■개봉일 : 8월 21일
■드라마/ 12세 이상 관람가/ 108분
'세조실록'을 바탕으로 기발한 상상력을 더한 영화는 색다른 볼거리와 재미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21일 개봉한 영화는 조선 팔도를 무대로 풍문을 조작하고 민심을 흔드는 광대들이 권력의 실세 '한명회'에 발탁돼 세조에 대한 미담을 만들어내면서 역사를 뒤바꾸는 이야기를 그린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김주호 감독이 7년 만에 내놓은 차기작이다.
감독은 세조실록에 기록된 기이한 이적 현상들 뒤에 '풍문조작단'이 있었다는 상상력을 더해 새로운 팩션 사극으로 탄생시켰다.
이번 영화는 학계로부터 다른 실록들에 비해 사실대로 기록됐다고 평가받고 있는 '세조실록'에 나와 있는 내용을 차용했다.
세조실록은 세조가 집권한 지 8년 되는 해부터 전국 방방곡곡에서 발생한 40여 건의 기이한 이적 현상들이 기록돼 있다.
스크린에 구현된 '세조 10년, 회암사 원각 법회 중 부처님이 현신하셨다' '세조 12년, 임금께서 금강산 순행 중 땅이 진동하고 황금빛 하늘에서 꽃비가 쏟아졌다', '세조 13년, 상원사 고양이가 임금의 목숨을 구했다' 등 야사로 전해지고 있는 기이한 현상들은 관객들의 흥미를 이끈다.
김 감독은 "세조실록에 있는 에피소드들을 찾았다. 40여건 중에 시간적 순서에 따라 넣었고, 볼륨감이 있고 시각적 효과를 줄 수 있는 것들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풍문조작단 리더이자 연출가인 덕호, 뭐든지 만들어내는 홍칠, 온갖 소리를 만드는 근덕, 실제 살아있는 것처럼 그림을 그리는 진상, 빠른 몸놀림의 팔풍까지 풍문조작단 5인은 자신이 가진 재주를 이용해 풍문을 조작하고 여론을 흔드는 모습은 색다른 재미를 안긴다.
또, 곳곳에 배치된 B급 유머는 관객의 웃음보를 자극한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코믹한 분위기를 이어가지만, 결코 가볍지 만은 않다.
옳지 못한 여론 조작이 결국 화살이 돼 돌아오는 모습을 통해 '거짓은 진실을 이길 수 없다'는 교훈을 관객에게 전달한다.
이는 가짜뉴스와 여론몰이로 진실을 감추는 현 시대에 어울리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충무로 연기파 배우들의 활약도 눈여겨 볼만하다.
조진웅, 고창석, 김슬기, 윤박, 김민석이 광대패 5인방으로 활약하고, 손현주가 한명회를 맡아 첫 사극영화에 도전했다.
또 박희순은 정권 말기 쇠약해진 정조를 자신만의 색깔로 그려냈다.
/강효선기자 khs77@kyeongin.com 사진/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