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든 중독된 자 있거든 내게 돌을 던져라'. 십수 년 전 발간된 '대마초는 죄가 없다'라는 책의 표지에 실린 문구다. 대마초의 합법화, 비범죄화를 주장하는 이 책은 발간 당시만 하더라도 제목만큼이나 파격적이었다. 지금은 어떨까?
같은 마약류로 분류되지만 필로폰, 코카인 등에 비해 대마초에 대한 우리 사회 구성원, 특히 젊은 층의 인식은 상대적으로 관대한(?) 것 같다. 아마도 다른 마약류와 달리 중독현상과 금단현상이 없고, 미국 일부 주와 캐나다 등 여러 국가가 대마초를 합법화했기 때문이지 않나 싶다. 대마초 관련 보도가 나올 때마다 대마초의 합법화를 주장하는 댓글 또한 적지 않은 것이 이를 방증한다. 오프라인에서도 마찬가지로, 대마초를 피운 혐의로 다섯 차례 구속된 전력이 있는 한 여배우는 방송에 나와 "대마초가 마약이라는 근거를 달라"고 정부에 대놓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러한 분위기에 편승해서인지 최근 미국에 사는 한국인 유튜버가 대마초를 피우는 모습을 여과 없이 방송해 논란이 일고 있다. 문제는 이 영상이 단순히 '과시용'이거나 네티즌들의 관심을 유도해 조회수를 늘리고, 수익을 올리려고 하는 영상이라는 점이다. 대마초에 대한 고찰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미국에서는) 고등학생도 대마초 사서 필 수 있다"고 너스레를 떠는 장면에서는 저절로 눈살이 찌푸려진다. 아무리 대마초가 중독성이 없고, 합법화 논리에 설득력이 있다 해도 성장기의 청소년들이 환각작용을 일으키는 대마초를 피워서 좋을 일이 뭐가 있겠는가. 더 큰 문제는 이 유튜버가 한국사람이기는 하지만, 미국 국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처벌을 할 수가 없다는 점이다.
사실 이 유튜버 사례는 약과다. 대마초를 둘러싸고 벌어진 더 어처구니없는 일은 이미 1970년대에 있었다. 1975년, 신중현 등 당시 가요계를 주름잡던 뮤지션들이 대마초를 피운 혐의로 무더기로 구속됐다. 이른바 '대마초 파동'이다. 그런데 이때는 대마초가 불법이라는 법률 규정이 없었다. '대마관리법'이 실행에 들어간 게 1977년 1월부터이니 이전에 잡혀들어간 연예인들은 영문도 모르고 쇠고랑을 찬 셈이다. 혹자는 이를 두고 "유신체제의 극악무도함과 코미디 같은 면모를 드러낸 사건"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수십 년 전에는 법이 없어도 잡아들일 수 있었는데, 지금은 법이 있어도 잡아들일 수 없는 이 블랙코미디 같은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난감하다.
/임성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