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우 시민정책담당관
8년간 해결접점을 못 찾은 '배다리 지하차도' 공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주간 동구 금창동 마을에서 거주하면서 주민들과 소통을 한 이종우 시 시민정책담당관. /인천시 제공

이불 하나 들고 무작정 단칸방살이
공무원 말 듣기 싫어해 힘들었지만
막걸리 나누며 동네를 회의장으로
"주민과 계속 논의 이제부터 시작"

"시장님이 '수고했다'고 했을 땐 그냥 뿌듯했는데, 주민들이 '수고 많았다'고 말해주니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이종우 인천시 시민정책담당관은 '천막 농성'에 막혀 8년째 풀지 못하고 있던 배다리 지하차도 문제를 '숙박 행정'으로 해결했다.

여름 중에서도 가장 덥다는 8월 초 이불 하나 들고 동구 금창동 쇠뿔마을에서 단칸방 살이를 시작했다. 주민 중 한 명이 "여기서 하루라도 살아봤어?"라고 했다. 며칠이나 버티나 보자는 눈치였다.

방은 성인 남성이 두 팔을 벌리면 손바닥 하나 정도가 남는 너비였다. 에어컨은 고사하고 창문을 열면 벽이 막고 있어 통풍조차 되지 않았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가족을 떠나 바뀐 환경에서 적응하는 것보다 여전히 시 행정에 불신을 갖고 있는 주민들의 마음을 여는 것이었다.

이종우 담당관은 "시 공무원이라고 하면 아예 말조차 듣지 않으려고 했던 것이 가장 어렵고 힘들었다"며 "오히려 시가 돈이 없어 지하터널을 추진하지 못해 차량이 지상으로 다닐 것이라고 오해하고 있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퇴근 후 동네 어른들을 찾아다니며 안부를 묻고 막걸리 잔을 주고 받으며 대화했다. 동네는 자연스럽게 '회의장'이 됐다.

인천과는 전혀 인연이 없던 이종우 담당관은 쇠뿔마을과 동네 사람들에 푹 빠졌다. 주말에는 가족들을 데려왔다.

그런 그에게 마을 사람들은 감자와 옥수수도 쪄 주고, 복날에는 삼계탕을 만들어주었다. 돌을 맞은 셋째 아들의 돌잔치도 준비하지 못한 그에게 주민들이 돌잔치까지 제안할 정도였다.

이종우 담당관은 "공사 재개에는 합의가 됐지만 상부 구간 재생 사업부터 도로 개통까지 주민과 계속 논의해야 해서 사업은 이제부터 시작인 셈"이라며 "앞으로도 진심을 다한 협치와 소통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윤설아기자 sa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