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의 가치가 외국기업의 가치에 비해 저평가된 현상을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라고 한다. 2000년대 초반 한국 증시가 종합주가지수 500~1천의 박스권에 갇힌 채 요지부동이었다. 한국 기업들의 가치가 홍콩·싱가포르 기업들의 절반이 안되고, 심지어 대만·태국·말레이시아 기업에 비해서도 30% 이상 낮게 평가받는 이상현상을 설명하는 용어로 국제금융시장에서 통용됐다.
그 무렵 전문가 그룹이 꼽았던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은 북핵문제 등 지정학적 불안요인, 불투명한 기업 지배구조와 회계, 노동시장의 경직성 등이다. 북한은 걸핏하면 한반도 긴장을 조성하고, IMF 사태에서 보듯이 재벌 총수들은 무책임 경영과 회계부정으로 기업을 장악하고, 소수 정예 노동단체의 경영개입이 일상화 됐으니 한국기업을 제값 쳐주기 힘들다는 분석이었다.
그 때로부터 10여년이 훌쩍 지난 지금 주가지수는 2천대 전후로 치솟고 삼성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이 해소됐는지는 의문이다. 핵무장을 완료한 북한은 대한민국 대통령을 막말로 호령하며 연일 미사일을 쏴대고 있다. 회계부정과 편법 상속으로 검찰에 불려다니는 재벌 총수들의 오너 리스크는 여전하며, 만능 노조로 인한 노조 리스크는 고질이 됐다. 결정적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악화시키는 새로운 요소가 등장했으니, 바로 정치 리스크다.
보수와 진보가 교대로 집권하면서 복지 포퓰리즘 경쟁을 벌이는 바람에 나라 곳간이 비어간다. 집요한 집권의지로 서로를 말살하는 정치적 학살을 감행한다. 산업화 세력인 보수는 박근혜 국정농단 사태로 디스카운트 됐다. 이제는 조국 사태로 386 민주화 세력인 진보의 디스카운트가 진행 중이다. 앞으로 대한민국 연구 논문은 국제학회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감수해야 할 판이다. 아무튼 땡처리 수준으로 디스카운트된 보수와 진보가 막장 정치를 펼치니 국격이 흔들린다. 국격이 흔들리니 북한은 물론이고 중국이 대놓고 대한민국을 무시하고, 러시아 군용기가 영공을 침범한다. 미국과 일본은 대한민국을 성가신 존재로 취급한다.
지금처럼 정치, 경제, 외교, 안보 전 국정분야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전면적으로 확산된 적이 있었나 싶다. 이러다 대한민국이 큰일날까 입술이 바짝바짝 마른다. 모두 정신 차려야 할 때다.
/ 윤인수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