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기 시작땐 우리상황 더 나빠져
재정확충·투자심리 고취 정책 필요
美·中무역협상 성과없이 후퇴 부담
트럼프, 추가적인 감세카드 '만지작'
![경제전망대-허동훈10](https://wimg.kyeongin.com/news/legacy/file/201908/2019082801002027900096801.jpg)
만기가 길수록 불확실성이 커지므로 이에 대한 보상으로 금리는 장기로 갈수록 높은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예외도 있다. 채권투자자들이 경기침체를 예상한다고 하자. 투자가들은 중앙은행(미국의 경우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이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금리를 인하할 거라고 예상한다. 중앙은행의 이자율 인하는 중앙은행이 시중은행에 빌려주는 단기자금의 금리 인하를 의미한다. 단기 채권 수익률, 즉 단기금리 하락이 예상되면 투자가들은 장기채권을 선호하게 된다.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장기채권에 자금을 묶어 놓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기채권에 수요가 몰리면 장기채권 가격이 올라가고 장기금리는 내려간다. 그 정도가 심하면 장단기 금리역전 현상이 나타난다. 즉 장단기 금리역전 현상은 경제를 비관적으로 보는 투자자가 크게 늘었다는 의미다. 수많은 경제지표 중에 왜 이 지표에 유독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할까? 그 이유는 지난 60년간 미국의 모든 경기침체 직전에 장단기 금리역전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 현상 발생 후 6~18개월 후 경기침체가 시작됐다. 경기침체는 언제나 문제지만 이번에 발생한다면 곤란한 상황에 부닥치게 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경기가 침체하면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하해 경기 부양에 나서야 하는데 이미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금리 인하 여력에 한계가 있다.
중국경제는 올해 2분기에 27년 만에 최저 분기 성장률을 기록했다. 독일도 작년 하반기부터 성적표가 좋지 않다. 우리나라는 2017년을 정점으로 경제성장률이 하락하고 있다. 일본의 경제보복 우려 때문에 올해 전망도 더 어두워졌다. 미국 경기는 올해 2분기에 성장률이 다소 하락했지만 아직 좋은 편이다. 그런데 미국 경제가 침체기에 접어들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우리 상황이 더 나빠지게 된다. 재정확장 정책뿐만 아니라 투자 심리를 고취하기 위한 정책도 필요하다. 물론 장단기 금리역전 현상은 채권 투자가들의 전망 또는 심리를 보여 줄 뿐 그 자체로 경기침체를 초래하는 원인은 아니다. 그런 전망이 빗나가길 바라야 한다.
현실화 여부를 장담할 수 없지만, 미국발 경기침체 신호가 나쁜 것만은 아니다. 남북전쟁 이후 임기 마지막 2년에 경기침체가 있었는데 재선된 대통령은 단 한 명밖에 없다. 경기침체가 없는 상태에서 재선에 도전한 대통령 열 명은 모두 이겼다. 트럼프는 지지율이 낮은 대통령이지만 호경기 덕분에 경제정책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국민이 더 많은 편이다. 그렇지만 경기침체가 구체화하면 트럼프의 재선 전망이 어두워진다. 트럼프가 이를 모를 리 없다. 트럼프는 호경기 지속을 장담하며 경기침체 우려 목소리를 자신에 대한 음모론으로 치부하고 있다. 하지만 비공개적으로는 걱정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다. 경기침체 가능성이 커지면 트럼프가 미중 무역협상에서 온건하게 돌아설 수도 있다. 자신이 일으킨 무역분쟁이 경기에 대한 비관론을 부추기고, 다시 자신이 재선을 고려해 무역분쟁 수습에 나서는 이상한 모습이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미중 무역협상에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후퇴하면 이 역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현재는 추가적인 감세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데 그치고 있다. 트럼프의 선택이 궁금하긴 하지만 경기침체 가능성과 트럼프의 재선이라는 두 가지 악재 중 어느 쪽이 나은 지는 각자의 판단에 따라 다를 것이다. 물론 경기침체 없이 트럼프가 낙선하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허동훈 인천연구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