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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울라쿠스 무티쿠스'라는 종의 개미가 물난리에 대처하는 방식은 흥미롭다. 이들은 속이 빈 대나무 줄기 안에서 사는데, 비가 많이 와 물이 차면 물을 잔뜩 마신 뒤 집에서 몇㎝ 떨어진 곳에 오줌을 싸는 식으로 물을 퍼 나른다. 차라리 도망을 가는 게 나을 듯한데, 폭음과 배설로 몸을 혹사하다 죽는 일이 다반사다. '꼬리치레'라는 새는 근처에 뱀이 나타나면 날개춤을 추며 뱀 주변을 맴도는 무모한 행동을 한다. 다윈의 적자생존의 법칙에 반하는 다양한 연구 결과를 풀어놓은 '다윈, 당신 실수한 거야'란 책에는 이처럼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을 하는 동물들이 등장한다.

이 책에 실릴 정도는 아니지만 인천에서도 10여 년 전 고정관념을 뛰어넘는 새가 등장한 적이 있다. 바로 천연기념물 제205-1호이자 멸종위기 1급 보호조류인 저어새다. 저어새가 주목받은 이유는 새의 입장에서 거들떠 보지도 않을 것 같은 장소에 둥지를 틀었기 때문이다. 도시, 그것도 공단 내 유수지의 인공섬에서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우기 시작한 것이다. 인근에 먹이가 풍부한 갯벌이 있고 사람들의 손길이 닿지 않는 점 등 저어새에게 매력적인 요인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공장지대를 거친 빗물이 유입돼 수질이 나쁠 뿐 아니라, 바닥은 조금만 파도 악취가 날 정도이며 인근 도로의 소음과 먼지 또한 상당한 곳을 보금자리로 삼은 것에 대해 많은 사람이 의아해 했다.

어쨌든 '저어새네트워크'를 비롯한 인천시민들은 "오죽했으면 이 더러운 곳에 들어와 살까"하고 안쓰러워 하며 이들을 보살폈고 이에 힘입어 저어새는 지금까지 인공섬을 번식지로 삼고 있다. 이처럼 인천과 각별한 인연을 맺은 저어새가 얼마 전 경인일보를 통해 하소연을 털어놓았다. 저어새 1인칭 시점으로 구성한 기획기사였다.

듣고 보니 저어새의 불안감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재작년만 하더라도 인공섬에서 새끼 233마리가 살아남았는데 작년에는 46마리, 올해에는 15마리만 살아남았다는 것이다. 한 동물이 헤엄을 치고 건너와 알을 깨 먹기 때문이라는데, 저어새는 유력한 용의자로 너구리를 지목했다. 그렇다고 너구리를 욕할 수 만은 없는 법. 너구리 또한 소중한 생명으로, 배고픈 너구리는 있어도 나쁜 너구리는 없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4천여마리밖에 남지 않은 저어새도 살리고 너구리도 보호하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임성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