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아이클릭아트

아동 심리상태, 뇌 발달 과학 근거로 이해 도와
생후 5~7년 지나야 좌뇌·우뇌 통합된 사고 가능
성숙 돕기위해 필요한 건 체벌·교육 아닌 '애착'
잠재된 성장 DNA 개화 '인내·보살핌' 등 강조

■ 엄마, 내 마음을 읽어주세요┃데보라 맥나마라 지음. 한문화 펴냄. 372쪽. 1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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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 아이가 학원에 다니네, 우리 아이도?'

최근 한 방송사가 대치동에서 사교육을 받는 연예인 부부의 세 자녀를 진단했다.

9살, 7살, 6살 어린이들이 받는 사교육은 모두 34개. 평일은 물론이고 주말까지 숙제하느라 놀 시간이 없는 아이들은 자신의 어깨에 앉은 삶의 무게를 '300살'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우울증을 겪고 있었다.

아동심리전문가는 그 자리에서 아이들이 '일찍 철들었다'고 표현했지만, 이는 사실 '아이의 마음에 병이 들고 있다'는 말의 점잖은 표현일 뿐이다.

이 부부가 아이들을 사교육의 수렁으로 밀어 넣기 전, '엄마, 내 마음을 읽어주세요(Rest, Play, Grow: Making Sense of Preschoolers)'를 읽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저자 데보라 맥나마라(Deborah MacNamara)는 캐나다의 발달과학자다. 뉴펠트 연구소의 연구원이면서 아동심리상담사다. 이 책은 맥나마라 연구의 집합체로, 발달심리학자인 고든 뉴펠트(Gordon Neufeld) 이론을 근거로 아동의 발달심리상태를 설명하며 풍부한 사례로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이 책이 설득력 있는 것은 아이들의 뇌 발달 과학을 근거로 아이들의 행동을 이해하려 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갓 태어난 아기 몸에서 뇌는 가장 미분화된 기관"이라며 "특정기능을 배정받지 않은 채 환경에 따라 달라질 여지가 있는 뇌세포가 많아 (아기)뇌의 발달은 애착 대상과의 접촉 및 친밀감 형성에 달려 있음"을 책 전부를 통해 설명한다.

뇌 발달의 핵심은 얼마나 빨리 알파벳을 외우느냐가 아니라, 아이가 자신의 사랑을 주기로 한 애착 대상과 얼마나 친밀한지, 얼마나 자유롭게 놀고 있는지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적어도 7세 전까지 아이(preschooler)에게는 그렇다.

이는 인간의 뇌가 좌뇌와 우뇌로 나뉘어 각각 성장하다 생후 5~7년이 지나야 함께 일하기 때문이다. 아이가 통합된 사고력을 지니고 있는지 보려면, '내적갈등'유무를 보면 된다.

예를 들어 짜증이 나서 물건을 던지려던 아이가 마음속에서 '던지지 마, 누군가 다칠지 모르잖아'라고 말하는 목소리를 듣고 행동을 주저하게 된다면, 그것은 아이의 뇌가 드디어 통합적으로 사고할 수 있으며 그에 따라 아이가 자제심, 용기, 인내 등의 성숙한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다는 의미다.

그렇지만 그전까지의 아이는 '미성숙한 뇌' 때문에 장난감에 집착하고, 공격적이고, 반항적이다가도 갑자기 귀여운 행동을 하고 유쾌하다가 또 금방 위태롭고 공격적이 된다.

저자는 이런 아이를 '성숙'으로 이끄는 것은 주요 양육자와의 '애착'이지 체벌이나 교육 등이 아니라고 웅변한다. 아이는 식물의 씨앗이 적절한 환경에서 싹을 틔우는 것처럼, 이미 잠재된 성장의 DNA를 가지고 있어 부모는 훌륭한 정원사이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훌륭한 정원사는 '시간과 인내, 보살핌'을 제공하는 사람이다. 대척점에 선 자는 '빠를수록 좋다'는 가정으로 아이의 성장을 재촉하는 양육자다.

저자는 소아청소년과 의사 T. 베리 브래즐턴의 글을 인용했다.

"인간 아기는 놀라울 만큼 순응력이 뛰어나다. 가르치기에 따라 9개월에 걷고, 두 돌에 숫자를 읊고, 세 돌에 글을 읽을 수 있으며, 심지어 그런 기대 뒤에 숨은 압박감에 대처하는 방법까지 배울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시대의 아이들에게는 '그럴 가치가 있을까?'라고 외쳐 줄 사람이 필요하다."

내 아이의 영재성에 기뻐하기보다는 아이의 뇌와 감정이 굳어 병드는 것은 아닌지 살필 때다.

/권순정기자 s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