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성자 전원 해고통보하자 분신
1980년대 노동쟁의 끊이지 않아
2001년 '자주관리기업' 재탄생


1989년 9월 인천 서구 경동산업 노동자 강현중·김종하 씨가 회사 측의 부당한 조치에 항의하며 분신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 지 30년이 지났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당시 함께 투쟁했던 동지들은 꾸준히 이들을 기억하고 추모하고 있다.

'경동산업 민주노동열사 故 강현중·김종하 30주기 추모제'가 지난달 30일 오후 서구 가좌동 키친아트(경동산업 후신) 정문에서 진행됐다.

행사 주제는 '동지들! 잘 지내시지요'. 30년 전 목숨을 잃은 두 열사가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이들에게 안부를 물었다.

강현중·김종하 열사는 20대 나이에 분신했다. 회사 측 징계 조치에 항의하기 위한 것이었다. 당시 경동산업 직원들은 '디딤돌'이라는 친목 조직을 만들어 다양한 활동을 했다.

디딤돌 회장 강 씨와 디딤돌 풍물패에서 활동한 김 씨는 회사 측이 디딤돌 임원진에 대해 징계 방침을 결정하자, 농성을 진행했다.

회사 측이 농성자 전원 해고를 통보한 9월 4일 이에 항의하며 몸에 불을 질렀다. 강 씨는 5일 뒤인 9일, 김 씨는 열흘이 지난 14일에 숨을 거뒀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강현중 열사의 아들 운규 씨는 "어렸을 땐 어머니가 자세한 이야기를 해주지 않아 아버지에 대해 몰랐다. 사춘기 시절에는 아버지가 없다는 것이 부끄러워 친구들에게 이야기하지 않았다"며 "많은 분이 아버지를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에 감사하다"고 했다.

그는 또 "아버지를 비롯해 1980년대 많은 분이 불합리한 일에 용기를 갖고 나섰고, 덕분에 저를 비롯한 노동자들이 조금 더 나아진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다"며 "더 나은 대한민국을 위해 부족한 점이 있지 않은지, 불합리한 일은 없는지 감시하고 개선해야 한다. 우리를 대변해 돌아가신 분들의 뜻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날 행사를 주관한 '경동산업 민주노동열사 故 강현중·김종하·최웅 추모사업회' 김종표 회장은 "두 동지가 바라는 노동해방의 세상은 더 멀어진 듯하고, 아직 노동자들의 삶은 팍팍하기만 하다"며 "두 열사의 삶이 헛되지 않도록 열심히 살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디딤돌에서 활동한 최웅 열사도 1989년 해고됐다. 이후 '인천지역 해고자협의회' 등에서 활동하다 1993년 사고로 숨졌다.

경동산업은 1960년 서울 영등포에 국내 최초의 양식기 제조 공장으로 출발했다. 1983년에는 인천 서구 가좌동에 제2공장을 건립했다. 경동산업은 열악한 근로조건 등으로 노동쟁의가 끊이지 않았다.

특히 1985년, 1987년, 두 열사가 숨진 1989년 노사 갈등이 컸다. 2000년 경동산업은 부도를 맞았고 이듬해 '공동소유, 공동책임, 공동분배'를 내세운 노동자 자주관리기업 (주)키친아트로 재탄생했다.

/정운기자 jw33@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