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고교 무상교육 사업 일환인 고교 무상급식 시행 첫날인 2일 학교 현장에선 경제적 부담이 줄었다며 시행을 반기거나 급식 질 하락이 우려된다고 걱정을 내비치는 등 의견이 분분했다.

이날 오후 1시 점심 식사 배식이 한창인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A고교 급식실 풍경은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학생들은 배식 판에 밥, 카레 소스를 곁들인 치즈치킨커틀렛과 유자단무지맛살냉채, 백김치, 김칫국을 받아들고 후다닥 식사를 마친 뒤 복도나 운동장으로 향했다.

맛있는 밥 냄새와 왁자지껄한 학생들의 목소리로 가득 메워진 급식실이 평소와 달랐던 건 단 하나, 이날부터 급식비가 전액 지원됐다는 점이었다.

A고교 영양사 이모(37) 씨는 "이제까진 학생 1인당 급식비 4천500원을 학부모에게 받아왔는데 이날부턴 교육청과 지자체 지원금으로 운영된다"라며 "식단에 큰 변화는 없지만 앞으로 안정적인 급식 운영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설명했다.

A고교의 경우 급식비를 내지 않는 경우가 일부 있어 연간 2천여만원 정도를 학교 예산으로 부담해왔는데, 무상급식 시행으로 급식비 미납 문제가 사라져 보다 안정적으로 식품비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일부 학부모도 급식비 납부 부담이 줄어 무상급식 정책을 환영했다.

안산에 고등학생 자녀를 둔 B씨는 "한 달에 급식비 약 9만원 정도였다. 한 학기만 따져도 30만원이 훌쩍 넘는데, 이 돈이면 아이가 원하는 거 하나라도 더 사줄 수 있는 금액이다. 무상급식이 시행돼 반갑다"라며 반겼다.

그러나 일각에선 다양한 급식 운영을 획일화해 급식 질을 떨어트리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학부모가 급식비를 내는 수익자부담은 학부모운영위원회 등 학교 구성원들 간 논의를 거쳐 급식 단가를 자유롭게 정하는데, 무상급식이 시행되면서 교육청이 정한 단가로 급식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수원에 고등학생 자녀를 둔 임 모 씨는 "자녀에게 더 좋은 밥을 주고 싶은 게 학부모 심정인데 무상급식으로 인해 급식의 질이 나빠지는 것 아닐까 걱정된다. 학부모에 따라 차라리 돈을 더 내고서라도 더 좋은 급식을 주고 싶은 마음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학생도 '무상'보다는 '맛'에 더 신경 써달라고 주문했다.

A고교 1학년 임 모 양은 "급식 먹는 학생 입장에선 돈을 내더라도 맛있는 밥이 더 좋다"라며 "이왕 무상으로 급식을 준다고 하니 맛있는 급식, 질 좋은 급식이 되길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은 무상급식의 안정적 안착뿐만 아니라 급식질 상향 평준화, 나아가 학생들의 건강한 식생활을 위한 교육 급식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의옥 도교육청 교육급식담당 장학사는 "무상급식의 완결은 교육 급식이다. 학생들의 자율배식, 선택 배식, 식단공모 등 자발적 참여를 통해 바른 식생활 개념을 찾아가도록 도울 것"이라며 "이와 함께 일부 학부모가 우려하는 급식 질 문제가 없도록 식단 연구, 개발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