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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7년 8월 1일 중국 장시성 난창(南昌)에서 마오쩌둥의 공산당이 폭동을 일으키자 장제스의 국민당이 진압에 나섰다. 이 전쟁은 국민당과 공산당 사이에 첫 전투로 기록된다. 전력의 열세로 패한 마오쩌둥은 이렇게 말했다. "모든 권력은 '총구'로부터 나온다." 그러면서 "적을 무찌르려면 여론을 한데 모아야 하며 이를 위해 언론이 당의 나팔수 역할을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이 말은 그의 어록 중에서 가장 유명한 말이 되었다. 그러나 마오쩌둥이 다시 태어나 지금의 인터넷 세상을 보았다면 당시 했던 말을 이렇게 수정할지도 모른다. "모든 권력은 '인터넷 검색창'에서 나온다. '실시간 검색어'를 장악하라."

요즘 주요 포털 사이트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두고 벌이는 지지자와 반대자 사이의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실검)'를 보면 총만 안 들었지 사실상 전쟁에 가깝다. 그래서 모든 언론마다 이를 두고 '실검 전쟁'이라 부르고 있다. 일주일 전만 해도 '조국 힘내세요' '조국 사퇴하세요'가 포털 실검 상위 순위에 오르더니 이제는 '가짜뉴스 아웃' '한국언론 사망' '보고싶다 청문회' '법대로 조국 임명' 등의 사실상 정치적 '구호'가 실검 순위를 온통 도배질하고 있다. 인터넷 공간이 어떻게 이 지경까지 됐는지 한숨이 나온다.

국내 양대 포털사이트 네이버와 카카오의 하루 국내 이용자는 3천만명, 뉴스 소비는 2억건이 넘는다. 돈벌이가 되는데 그냥 둘 포털 회사가 아니다. 접속하면 뉴스부터 뜨게 만들고, 실시간 검색 순위에 오른 뉴스를 찾아보는 이용자의 심리를 이용해 눈에 잘 띄는 곳에 실검 순위를 배치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일종의 상술이다. 그러다 보니 이용자들은 검색순위 조작의 유혹을 받는다. 실제 일부 기업들은 실검 순위를 버젓이 상업적 목적으로 이용하곤 한다. 포털은 알고도 이를 묵인한다.

공룡 포털이 여론을 좌지우지해 그 폐해가 도를 한참 넘었다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조국 논란은 특정 세력이 순식간에 인터넷 여론을 왜곡·조작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 논란을 보면서 벌써 내년 총선이 우려되는 것도 그런 이유다. 특정 정파를 위한 조작행위가 횡행해 실검 상위 순위에 온통 정치적 구호나 정치인 이름으로 채워지는 게 아닌지 심히 걱정이다. 이번 기회에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서비스를 포털에서 아예 지워버리면 어떨까.

/이영재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