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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준 인천본사 사회부 차장
쉽게 이해하기 어려웠다. 얼마 전 경술국치일 태극기 얘기다.

지난달 29일 인천시 산하 기관인 상수도사업본부 청사 게양대엔 조기(弔旗)가 걸려 있었다.

반면 바로 옆 정부인천지방합동청사엔 태극기가 정상적으로 게양돼 있었다.

1910년 우리나라가 국권을 상실한 경술국치일을 맞는 지자체 기관과 국가 기관의 국기 게양 방식이 서로 달랐던 것이다.

이런 모습을 의아한 표정으로 지켜보는 시민들이 적지 않았다.

이날 지자체 청사와 국가기관 청사의 국기 게양 방식 차이는 다른 곳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인천시 산하 공기업, 동 행정복지센터 등의 경우 조기를 게양했지만, 국가기관인 인천지방경찰청을 비롯한 지역 파출소, 환경부 산하 공기업인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남인천세무서 등 청사엔 태극기가 정상적으로 걸렸다.

경술국치일 국기를 어떻게 걸 것인가에 대한 지자체와 국가기관의 규정 차이가 이런 이상한 상황의 배경이 됐다.

인천시의 '시 국기게양일 지정 및 국기 선양 등에 관한 조례'는 경술국치일에 조기를 걸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인천시 관계기관 청사들엔 조기가 게양됐다.

국가기관의 '대한민국국기법'엔 조기를 게양하도록 한 날이 '현충일·국가장 기간 등 조의를 표하는 날'로 정해져 있다. 경술국치일 조기를 걸라는 규정이 없으니 국가기관 입장에선 오히려 정상 게양이 맞는 것이었다.

경술국치일에 조기를 거는 건 그런 치욕을 잊지 말자는 의미와 함께 독립운동에 헌신한 선열의 넋을 기리자는 의미가 크다. 인천시를 비롯한 대부분의 광역단체는 물론, 일부 기초단체들이 경술국치일 조기를 걸도록 하는 조례를 둔 이유일 것이다.

경술국치일 국기 게양 방식의 차이에 따른 혼란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지금이라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국치일은 하난데, 국가기관과 지자체의 국기 거는 방식이 달라야 하는 이유가 충분치 않아 보인다.

내년 경술국치일은 올해와는 다른 모습이었으면 한다.

/이현준 인천본사 사회부 차장 uplh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