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시가 인천 앞바다에 대형 사이다병을 띄우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월미바다열차 개통을 앞두고 바다에 사이다 조형물을 설치해 관광자원화 한다는 것이다. 재밌는 발상이다. 발상의 진원지는 코미디언 고(故) 서영춘씨의 '사이다송'이다. 한국 랩의 원조격인 곡으로, 노래의 가사 '인천 앞바다에 사이다가 떴어도 고뿌(컵의 일본어 발음) 없이는 못마십니다'에서 착안했다고 한다. 아마도 바다위에 떠있는 5m짜리 사이다병을 본다면 입에서 사이다송이 절로 나올 것 같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한가지 궁금증이 발동한다. 컵이 없다고 사이다를 마실 수 없다니…. 그냥 병을 입에 대고 마시면 그만이지 않은가. 지금이야 냉장고에서 병을 꺼내 입대고 마시다 들키면 식구들에게 한 소리 듣는다 쳐도, 사이다송이 유행하던 1960년대에 지금처럼 위생관념이 철저했을 리 없다. 소풍날 김밥에 사이다 한병이면 부러울 것 없던 50대 이상이면 다 아는 사실이다. 친구들끼리 사이다병 돌려 마셔도 전혀 께름칙하지 않던 시절 아닌가. 오히려 컵 대신에 '병따개가 없으면 못 마신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지 않은가 싶다. 당시에는 손으로 돌려따는 스크루캡도 발명되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그래서 내친김에 가사를 재해석해본다. 원래 가사는 '인천 앞바다가 사이다라 해도'인데 '속사포랩'의 어감을 살리느라 '인천 앞바다에 사이다가 떴어도'로 바뀐 게 아닌가 하는 추론을 해보는 것이다. 그러면 사이다를 마시는데 왜 컵이 필수적인지 이해가 간다. 바닷물이 사이다라 공짜인데, 손으로 떠 마시면 손이 끈적거려 불쾌할 것이고 입으로 마시려고 머리를 들이대다가는 바다에 빠질 수도 있으니 컵으로 떠먹을 수밖에 없는 상황 아닌가. 조금 더 '오버'해보면 '아무리 기회가 많다 해도 준비(컵)가 돼 있지 않으면 성취할 수 없다'는 교훈적(?) 메시지를 읽을 수도 있다. 그러고 보니 바로 앞의 가사와도 연결이 된다. '산에 가야 범을 잡고, 강에 가야 고기 잡지'라는 가사 또한 '어떤 일을 이루려면, 그 일을 일단 시작해야 한다'는 뜻 아니겠는가. 억지로 짜맞춘 것 치고는 제법 그럴듯하다고 감히 자평해본다.
어쨌든 인천 앞바다에 새로운 볼거리가 생기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대신 해상안전대책은 확실해야 할 것 같다. 수십, 수백t급 배가 사이다병에 부딪혀 좌초되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아야 할 것 아닌가.
/임성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