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 예기치 않게 쓰러져 사망등
책임소재 불안감에 경찰들 '주저'
340여대 보급불구 올 사용 6건뿐
"작동요령 숙지 수준 훈련 개선을"

범인을 제압하기 위해 도입된 '테이저 건'에 손을 대기 꺼리는 경찰이 늘고 있다.

과잉진압 논란은 물론 위급한 순간에 사용해도 사용 후 범인이 다른 이유로 크게 다치는 등 예기치 못한 문제가 발생하면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는 막연한 불안감이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테이저 건 사용과 관련한 교육·훈련체계를 새로 짜야 실질적인 활용이 가능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인천 부평경찰서 소속의 한 지구대 경찰은 "8년 전 부평 한 골목길에서 난동을 부리는 행인이 테이저 건에 맞고 쓰러지며 자신이 들고 있던 흉기에 찔려 숨진 일이 있었다"며 "내가 목숨이 위험한 상황에서 관련 매뉴얼에 따라 사용해도 범인이 쓰러지면서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늘 조심하게 된다"고 했다. "내가 다쳐도 최대한 테이저 건 없이 조치하는 편"이라고 했다.

"사용법이 익숙하지 않다", "과잉진압 논란에 휘말리는 경우가 많아 섣불리 사용할 수 없다", "사용 이후 발생하는 소송 등 문제에 대한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등 테이저 건을 갖고는 다니지만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차고 넘쳤다.

일선 경찰들의 테이저 건 관련 부정적 인식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인천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인천지역 경찰이 테이저 건을 사용한 경우는 2016년 28건에서 2017년 18건, 2018년 11건으로 매년 줄어들고 있다. 올 들어선 6건이 사용됐다. 인천 경찰엔 총 340여대의 테이저 건이 보급됐다.

전문가들은 테이저 건 사용에 대한 교육·훈련체계를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테이저 건 작동 요령을 숙지하는 정도의 현행 교육·훈련 방식으론 현장 경찰들이 테이저 건을 제대로 사용하기가 쉽지 않은 만큼 언제, 어떤 상황에서 테이저 건을 사용할지 판단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배자와 비슷한 인상착의를 가진 일반인에 대해 단순히 도망친다는 이유로 테이저 건을 쏴 문제가 됐던 최근 인천에서의 사례를 막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훈 조선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현장에선 테이저 건 사용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만연해 있다"며 "테이저 건을 사용할 경우와 사용하지 않을 경우에 대한 명확한 사례를 제시하고, 상황에 맞게 적절히 대응할 수 있도록 내부 교육·훈련을 개편해야 한다"고 했다.

/이현준·박현주기자 uplh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