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면 고구려를 정복하고 삼국통일을 이룰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신라 김유신에게 백석이 찾아와 이렇게 말했다. "고구려 정세를 몰래 정탐하면 고구려를 치는 데 도움이 되지 않겠습니까?" 김유신은 그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고 그날 밤 당장 백석과 함께 고구려로 길을 떠났다. 캄캄한 밤인데도 거침없이 앞서 나가는 백석을 보며 "아는 길도 물어가라고 했는데 괜찮은 건가"라고 김유신은 물었지만 백석은 걱정 없다며 그대로 길을 재촉했다. 깊은 산중에서 김유신에게 나타난 산신은 "'돌다리도 두들겨 보며 건너라'고 했는데 어찌 백석의 말만 믿고 무작정 가려 하십니까? 저 자는 고구려의 첩자이니 조심하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김유신은 길을 멈추고 신라로 다시 돌아와 큰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삼국통일에 중추적 역할을 담당한 김유신 장군도 나라의 이익만을 생각하다 큰 화를 당할 뻔했다는 이 이야기는 교훈을 준다. 우리에게 목적과 행복이란 이익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가기보다는, 안전을 먼저 생각하고 지금 주변에 그리고 앞으로 가야 할 길에 위험요소를 사전에 대비하여 침착하게 행동하라는 것이다.
현대사회는 경제발전과 더불어 삶의 질 또한 향상되고 편리해진 반면 생활 속 주변을 살펴보면 위험성 또한 다양해지고 대형화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잘 아는 길이고, 쉬운 일이니까, 식은 죽 먹기지'라는 안전불감증은 일상 속에 이미 '하인리히 법칙'의 범주에 들어와 있다. '하인리히 법칙'이란 평균적으로 한 건의 큰 사고 전에 29번의 작은 사고가 발생하고 300번의 잠재적 징후가 선행한다는 경험적 법칙이다. 큰 사고 발생까지 여러 단계의 사건이 도미노처럼 순차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앞선 단계에서 적절히 대처하면 큰 재앙을 막을 수 있다고 한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자', '아는 길도 물어가라'는 옛 속담 또한 대형사고의 앞선 단계에서 사전 제거하자는 선인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무슨 일이든 심사숙고하여 오늘보다 더 안전하고 행복한 미래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