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사회에서 '수행'은 가장 고된 직무 중 하나다. 이들이 모시는 고위 공무원이나 선출직들의 시계는 좀처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라는 한정된 시간에 맞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모시는 분(?)의 스케줄이 곧 자신의 일정이다. 새벽 출근은 물론 저녁 일정 등을 고려하면, 밤 10시 이후 퇴근도 부지기수다. 이 때문에 '수행'이라는 직무를 맡으면 자신의 삶을 포기해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워라밸'이 강해진 요즘엔 대표적 기피 직무가 됐다. 이 같은 고된 패턴은 운전직 공무원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오산시의회에서는 수행직의 고된 관행이 사라지고 있다. 8대 의회 들어서 생긴 변화다. 장인수 의장은 항상 자신의 차로 출근하고 퇴근도 자신의 차량을 이용한다. 대부분의 저녁 일정도 관용차와 수행 직원을 대기시키지 않고 대리운전을 불러 집에 갈 정도다. 관용차와 기사는 정말 관용(官用)으로만 사용한다. 이 때문에 수행 및 의전 차량 운전자는 별다른 눈치를 보지 않고 정시에 퇴근하는 날이, 그렇지 않은 날보다 더 많아졌다. 의회 전체가 움직여야 할 때도 개인 관용차를 이용하지 않고, 다른 동료의원 및 공무원들과 함께 움직여 수고를 덜하게 한다. 어찌 보면 당연한 행동 같지만, 오산시 공직사회에서는 '신선한 변화'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국 최연소 기초의회 의장인 장 의장은, 안민석 국회의원의 비서관 출신이다. 그는 "바른 정치인은 특권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점을 안 의원에게 많이 배웠다"며 "시의회 의장이지만 지역에선 많은 분들의 동생이고 후배다. 의회 밖에선 시민이 위임해주신 권위를 내려놓고 봉사하고 싶다"고 했다. 따지고 보면 오산시의회의 특권 내려놓기는 지난 7대 의회에서도 있었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전국 최연소 당선자라는 기록을 남긴 김지혜 전 의원은 지방의회 의원들에게 주어지는 혜택 중 하나인 해외연수를 시민의 혈세를 정직하게 사용해야 한다며, 매년 해당 비용을 반납했었다. 요즘 '진보 꼰대'·'꼴통 보수'의 반칙과 특권 논란이 한창이어서, 오산 젊은 정치인들의 특권 내려놓기가 좀 더 특별해 보이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