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논리성 주장 도배 광화문거리
서로 다른 존재 이해 못할 수도
우리는 그저 한동안 함께 살 뿐
나 다루듯 맹목적 두둔·비난 삼가자
서울의 광화문 거리를 가보면 온통 정치적인 구호가 곳곳을 도배하고 있다.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하더라도 그 구호의 섬뜩함과 폭력성 그리고 비논리성이 확연한 주장이 많다. 정치적 맞수를 철천지원수로 간주하여 적개심이 하늘을 찌르는 현 상황은 도저히 같은 장소에서 같은 시대를 사는 같은 민족이라 믿기 어렵다. 이미 공권력으로도 통제하기 어려운 불법과 폭력은 이 땅에 홍익인간의 국시(國是)는 사라지고 이기적이고 야만적인 민주주의가 판치는 세상으로 가고 있다. 그럴 때마다 아, 이렇게 생각과 행동이 다른 게 대한민국이구나 하는 만감이 교차한다.
"우리가 다 동시대인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다." 이응준의 또 다른 이 말에 전적으로 동감이다. 우리는 그저 한동안 함께 살 뿐, 내부에서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같은 시간대를 통과한다고 해서 동시대인이라고 할 수 없다. 바로 그런 점을 놓치고 있어서 우리가 우리 내부의 분란(紛亂)을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어쩌면, 요즈음의 한국 사람들은 각자 다른 시대를 살고 있다는 생각이다. 다른 시대를 살아가면 시대감각이 다를 수 있다. 인간과 세상에 대한 생각, 가치관이 달라진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21세기를 살아가야 할까? 현재로선 평등하고 공정하며 정의로운 나라를 위해 촛불을 밝히는 이 땅 민초들의 삶은 고통스러울 따름이다. 언제쯤 평화롭고 아름다운 광화문 거리로 바뀔지 답을 구하기 쉽지 않다. 우리에겐 고통과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 스스로가 좀 더 지혜로워져야 할 필요가 있다. 사회적으로 범지식인들은 행동하는 양심과 책임감, 사명감이 필요하다. 그리고 보통사람들은 생각이 나와 다른 사람을 만나면 환대와 호의로 대응하는 게 요구된다. 마치 이 땅을 찾아온 외국인처럼 대하면 어떨까. 그러려면 그들의 처지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 마음이 이 땅을 살아갈 후세들에게 전해져 소통의 밀알이 되어 효과를 발휘하는 그 날이 오기를 바랄 뿐이다. 이는 '내 안의 타자'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과 같다. 우리에겐 '내 속엔 내가 너무 많아 당신의 쉴 곳 없네'라는 '가시나무' 노래 가사가 우리를 대변해준다. 미우나 고우나 마치 나를 다루듯이 맹목적인 두둔이나 비난을 삼가자. 그것이 이 땅에서 21세기를 사는 한국인에게 필요한 문명인의 자세라고 생각한다.
/전재학 인천 제물포고 교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