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가 갑자기 시끄러워졌습니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50대 괴한에게 피습되는 메가톤급 사건 때문이지요. 덕분에 5·31 지방선거에 대한 국민 관심도 크게 높아졌습니다.

   잘만 하면 제법 흥행이 될 것 같은 조짐입니다. 흥행이 무엇을 의미하느냐구요. 그야 물론 투표율이죠. 각 정당 관계자들도 이해 관계는 다르지만 투표율 만큼은 당초 예상보다 웃돌 것이란 예상에는 대체로 비슷한 생각인 것 같습니다.

   박 대표 효과로 일단 5·31선거에 대한 관심은 높아진 게 분명합니다만 후보자들은 여전히 속이 탄다는 표정들입니다. 유권자들은 여전히 싸늘하기만 하다는 느낌 때문이지요.

   정말입니다. 유권자들은 좀체로 후보자들에게 눈길을 보내려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시장과 골목길까지 누비며 제발 날 좀 봐달라고 애원하는 후보자들의 짝사랑이 그저 애처로울 뿐 입니다. 밝은 표정으로 명함을 내미는 후보자에게 벼락같은 고함을 치는가 하면 명함을 찢어버리는 유권자들도 있다더군요.

   선거는 투표도 중요합니다만 입후보자들을 알고 찍는다면 의미가 더 있을 것입니다. 정당 공천제라는 현실을 인정합니다만 그렇더라도 내가 찍는 후보가 누구이고 무엇을 했고,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정도는 알아야 하는 것 아닙니까. 내 지역 살림을 주민 대신 꾸려나가는 사람들인데 생판 모르는 아무개를 찍는다는 건 위험한 일이지요.

   지방선거 날짜가 가까워지면서 수원시청도 더 조용해졌습니다. 장안·권선·팔달·영통구청은 안 가봐도 짐작이 갑니다.

   시장권한대행인 소병주 부시장은 물론이고 4개 구청장 모두 불필요한 오해나 구설을 경계하면서 몸조심을 하는 모습입니다. 사업소장과 국장들, 과장들도 마찬가지구요. 국·과장들을 만나면 한결같이 한가한 얘기들만 하더군요. 신변잡기가 주된 화제이지요.

   시의 굵직굵직한 현안은 모조리 선거 이후로 미뤄졌습니다. 행사도 없구요. 정말 따분하고 지루한 5월의 한 낮이 아닐 수 없습니다. 평소보다 많은 수의 직원들이 오랜만에 여유있는 연·월차 휴가를 다녀왔다고 합니다. 이런 때 모처럼 자신을 돌아보고 재충전의 기회를 갖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여하튼 이 모든 것이 지난해 이맘때와는 달라도 너무나 다른 분위기인 것 같습니다.

   이런 현상은 아마도 도내 31개 지자체가 비슷할 것입니다. 선거법은 누구에게나 같은 잣대를 들이대는 법이니까요.

   2006년 상반기는 모두가 절름발이 행정을 했을 것입니다. 현행 선거법 아래서는 정말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것 같습니다. 전임때부터 만들어온 시정 소식지를 두고도 발행횟수를 따져 기소를 할 수 있는 게 선거법의 실체입니다.

   선거법이 이렇게 강화된데는 지나 온 우리의 부끄러운 역사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너무 지나치다는 느낌입니다. 바뀐 현실에 맞게 선거법을 재조정해야 할 시점이 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4년마다 되풀이되는 행정공백을 언제까지 감내해야 하는 것인가요. 선거법도 고쳐야 하지만 지방행정이 수개월간 붕 뜨는 일이 없도록 운영의 묘를 살리는 데도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