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5일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국가방위군 창설 81주년 기념식에서 연설을 하고 있었다. 이때 드론 두 대가 연단 상공으로 날아왔다. 한 대는 마두로 대통령이 연설하고 있던 연단 근처에서 경호부대에 의해 격추됐고, 다행히 다른 한 대는 인근 건물에 충돌해 폭발해 마두로는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드론에는 'C4'로 불리는 폭발물 1㎏이 실려 있었다.
드론이 전 세계 국가에 보편적인 무기 체계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미국은 2004년부터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이라크·시리아·소말리아·예멘 등에 드론을 실전 배치해 폭격작전까지 수행하고 있다. 미국산 자폭드론 '스위치 블레이드'는 무게 2.7㎏, 길이 61㎝에 불과하지만 맨눈으로 식별할 수 없을뿐더러 적외선 추적센서를 장착하고 있어 한 치의 오차 없이 목표물을 타격한다. 공격 드론 MQ-9 '리퍼'는 정밀유도폭탄을 장착하고 15㎞ 상공을 시속 400㎞로 28시간 동안 비행이 가능하다. 중국 러시아가 앞다퉈 공격형 드론 개발에 열을 올리는 것도 이런 이유다.
드론은 테러 세력들이 가장 선호하는 무기이기도 하다. 저렴한 가격은 물론이고 작은 드론에 살상용 무기를 탑재하면 치명적인 타격을 가할 수 있어서다. 실제 2016년 10월 이라크에서 IS는 온라인쇼핑몰 아마존에서 구매한 것으로 알려진 초소형 드론으로 이란인 2명을 살해해 충격을 주기도 했다. 국제 무기 밀매시장에서 중국과 러시아산 드론을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도 테러단체엔 호재다. 그래서 무기 전문가들 중 인류가 가장 두려워해야 할 'AI 로봇'으로 드론을 지목하는 이들이 많다.
14일 새벽 예멘 후티 반군이 사우디 아라비아의 불법 침략에 대응해 아브카이크 탈황 석유 시설와 쿠라이스 유전을 공격해 불바다로 만들었다. 공격에는 드론 10대가 동원됐다. 스텔스 기능도 없는 반군의 드론이 느린 속도로 1천㎞의 사우디 영공을 가로질러 날아왔다는 것, 그리고 연간 700억 달러 군사비를 지출하면서도 작은 드론에 국가 중요시설이 속수무책으로 당했다는 것에 서방국가는 경악하고 있다. 이번 공격에 앞서 후티 반군이 "사우디와 UAE의 군사·산업시설 등 핵심 표적 300여 곳에 대한 자료를 축적했다" 고 이미 경고한바 있어 사우디의 수도 리야드는 물론 UAE의 원자력 발전소 타격 가능성에 중동 전체가 불안에 떨고 있다.
/이영재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