획일적 형태·유휴공간 방치 등 지적
통로 목적 '복도' 놀이용도 활용원해
직접설계 대부분 둥근모양 등 창의적
경기도 학교의 42%가 1990년대 이전에 지어진 '노후학교'다. 특히 이들 시기에 지어진 학교는 학생 맞춤형은 커녕 국가교육과정의 철학과도 무관하게 지어졌다.
학교는 학생을 수용하기 위한 '건물'이었지, 교육철학을 담은 '공간'은 아니었다.
최근 교육계의 화두는 미래교육이다. 4차 산업혁명이 대두되고, 그에 걸맞은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창의성을 개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 같은 흐름을 타고 교육 전문가들은 군대식의 천편일률적인 학교건물 구조를 지적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도 현재 미래형 상상학교를 주제로 다양한 현장조사 및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 같은 정책 개발의 기저에는 '학생 중심의 사고'가 담긴 학교설계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공감대가 자리한다.
이에 3편에 걸쳐 경기도 학교 구조의 현재와 미래학교의 지향점, 구조변화의 철학 및 필요성 등을 들여다 본다. → 편집자 주·그래픽 참조
"학교에 놀이공간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다양한 학년이 교류할 수 있는 외부공간이 있으면 좋겠어요."
경기도 학생들이 상상하는 미래학교는 어떤 모습일까. 경기도교육청이 지난 7월 한 달간 도내 학교 5곳, 학생 1천270명과 교직원 180명을 대상으로 학교 시설에 대한 만족도 및 선호도 조사를 실시했다.
이 조사는 단순히 설문만을 실시한 것이 아니라 건축가 등 전문가 집단이 퍼실리테이터로 나서 학생, 교사들과 다양한 학교의 사례를 공유하고 현재 학교시설의 문제를 진단한 뒤 미래학교의 지향점을 그렸다는 데 의미가 있다.
학생과 교사를 대상으로 현재 학교공간의 실태를 물어보니, 학생들 상당수가 일반교실에 대해 '획일적인 형태의 가구 배치와 공간 구성'을, 특별교실은 '교과별 교실과 기자재 부족, 협소한 공간'을 지적했다.
특히 공용공간과 외부공간에 대한 불만도 높았다. 학생들은 '유휴공간은 방치돼 있고, 복도는 좁고 삭막하다'고 꼬집었고 특별한 조경이나 휴식공간조차 마련되지 않은 외부공간에 대해서도 아쉽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렇다면 학생과 교사가 미래학교에 설계돼야 할 공간으로 꼽는 것은 무엇일까.
학생들은 여러 학생이 자유롭게 어울릴 수 있는 교류공간을 설치해달라고 요청했다.
실제 설문에서도 학교에 가장 필요하다고 꼽는 외부공간으로 '학생교류공간'이 뽑혔다. 학생휴게공간, 놀이공간보다도 높은 의견이었다. 학생들은 학교 안에서 학년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생각과 의견을 공유하는 열린 공간을 원했다.
더불어 '통로' 목적 외에는 쓰임이 없는 현재의 복도를 쉬는 시간 놀이를 즐길 수 있는 '놀이공간'으로 탈바꿈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또 다수의 학생들이 함께 사용하기에 협소한 체육관도 '넓은 체육관을 지어달라'는 의견이 높았다.
이를 토대로 5개 학교의 학생들은 '사용자참여디자인워크숍'을 통해 미래학교의 모습을 새롭게 설계했다.
학교 건물 한 가운데 커다란 원통형의 기둥을 세워 개방형 도서관을 설계하는가 하면, 학교 건물 옥상에 돔 형태의 천장을 설치하고 바닥엔 잔디를 깔아 축구장을 만들기도 했다.
학생들이 설계한 건물외형은 대부분이 전형적인 '네모' 학교의 모습을 벗어나 둥글거나, 축구공 형태이거나, 나무 가지가 뻗듯 외부로 열린 공간의 형태를 띠고 있어 창의성이 돋보였다.
내부공간은 실용성에 초점이 맞춰졌다. 학생들은 '교실·복도의 확장 및 복층화' '사물함 크기 확장' '연결복도에 무빙워크 설치' '수면실 등 휴게공간 조성' 등을 설계에 포함시켰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