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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LG전자의 가전 전쟁 역사는 196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같은 경남 출신에 사돈 관계로 돈독했던 고 이병철 회장(의령)과 고 구인회 회장(진주)의 관계는 삼성이 전자 산업에 진출하면서 서먹한 관계가 됐다. 삼성은 일본 전자회사의 도움을 받아 1969년 삼성 산요전기를, 1970년에는 삼성 NEC를 설립해, 1958년부터 가전 산업에 뛰어든 금성사( 현 LG전자)를 위협했다. 하지만 금성사는 1959년에 국내 첫 라디오를 생산했고 냉장고, 흑백 TV 등 품목 대부분에서 '국산 1호'를 기록하는 등 명실상부한 한국 가전 1위. 삼성전자는 금성사에 눌려 '만년 2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60년대 시중에는 미군 PX와 일본에서 밀반입한 TV, 월남 참전 용사들이 가져온 TV가 유통됐다. 정부는 1965년 말 'TV 부품 도입에 드는 외화는 라디오를 수출해 벌어들인 달러를 활용한다'는 등의 조건을 달아 금성사에 부품 수입을 허가했다. 금성사는 일본 히타치사와 기술 도입 계약을 체결하고 1966년 8월 국산 흑백 TV 1호 VD-191을 생산했다. 삼성전자는 그보다 한참 늦은 1972년 흑백 TV를 생산했다.

냉장고, 세탁기를 두고도 두 회사는 크게 맞붙었다. 2012년 삼성전자가 세계 최대급인 900L 지펠 냉장고 'T9000'을 출시한 후 LG전자가 좀 더 큰 용량의 910L 4도어 디오스 냉장고 V9100을 내놓으면서 양사 간 경쟁이 붙었다. LG전자는 허위 광고라면서 삼성전자를 상대로 100억 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설상가상으로 2014년 독일 가전전시회에 참가한 LG전자의 간부 연구원이 삼성전자의 가전 매장에서 세탁기 도어의 연결부를 파손해 수사를 받기도 했다.

최근 삼성전자 발광다이오드(QLED)와 LG전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가 '8K TV'를 두고 전쟁을 벌이고 있다. 최근 공정위에 제소까지 가는 등 아무리 마케팅 전략이라지만 도를 크게 넘어선 느낌이다. 중국의 기술 발달로 OLED 시장이 3년을 버티기 힘들 것이란 경고가 나오는 가운데 국내 업체 간의 '진흙탕 싸움'을 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세계 전자업계 아성이던 일본 소니를 무너뜨린 삼성과 LG 아닌가. 지나친 경쟁보다 차세대 기술에 신속하게 투자해 기술 격차를 더 벌리는 전략을 써야 할 때다. 한가하게 서로 다툴 시간이 없다. 중국이 쫓아 오고 있다.

/이영재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