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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식 作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같은 집을 짓고~'. /성남큐브미술관

지역 예술가들의 활동 살펴보는 자리
김덕용·노동식·이돈순 작가 등 참여
단순 거주공간 넘어 개인의 삶 담아내

성남문화재단은 성남큐브미술관 기획전시실에서 '2019 성남의 얼굴전'을 선보인다.

미술관의 대표적인 지역 주제 기획전시인 성남의 얼굴전은 다각적인 도시 지형을 시민과 함께 소통하고, 지역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에 관한 연구와 발굴을 통해 지역의 미술 지형을 살펴보는 자리다.

올해로 12회를 맞는 전시는 '집'을 주제로 성남을 그린다.

성남에 살거나 살았던 작가들의 경험과 기억, 생각을 소환해 집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각자가 느끼는 집은 어떤 모습인지 등을 살펴본다. 작가들은 집이 단순히 개인의 거주공간이 아닌 삶이 고스란히 담긴 기록물로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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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용 作 '옛날의 그집'. /성남큐브미술관

김덕용 작가는 오래된 나무 판재나 고가구에서 나무 조각으로 작품의 바탕을 만들었다.

조각보를 만들듯 하나하나 다듬고 이어 맞추는 것에서 시작되는 작업은 그 위에 단청기법을 사용해 그림을 그려내고, 나전칠기 방식을 빌려 자개를 붙여나간다.

작가 특유의 한국적 감성이 담겨있는 작업방식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독특한 시간성을 가지며, 전통기법과 오랜 시간을 간직한 자료는 관람객에게 따뜻하고 친근한 감성을 안긴다.

솜과 스티로폼을 이용한 설치작업으로 자연을 만드는 노동식 작가의 작품은 푸른 초원과 가을 들녘의 모습으로 삭막한 도시에서 벗어나 자연과 함께 살고자 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작가의 유년시절 속 기억과 감성들은 '솜'이라는 매개체로 되살아나고, 동화적 상상의 공간으로 시각적 즐거움을 더한다.

이돈순 작가는 재개발로 사라져가는 도시를 담아냈다. 못을 합판에 박아 만든 작품 속 거대한 포클레인은 단순히 오래된 집을 철거하는 것이 아닌 유년시절을 함께한 가족과 친구, 이웃에 대한 기억까지 함께 철거하는 느낌을 준다. 영상작업에서는 철거가 진행 중인 생경한 풍경의 골목길을 관찰자의 시선으로 기록했다.

도시풍경을 픽셀(pixel)화 한 듯 점, 선, 면으로 보여주는 이상엽 작가의 작품 속 간결한 면 분할과 색면으로 이뤄진 도시는 마치 컴퓨터 속 디지털화된 풍경처럼 기하학적 모습을 하고 있다.

작가의 다각적 시점으로 포착된 도시의 풍경은 현대사회에서 소비되고 상실되는 현대인들의 삶을 투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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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이 作 'Moving in'. /성남큐브미술관

생성되고 사라지는 도시에 주목한 유한이 작가는 작품 위 촘촘히 그려진 그리드 격자선 위로 건축물이 세워지는 형태를 이룬다.

벽돌 하나하나가 올라가 집이 만들어지듯 견고히 쌓아 올린 레고블록은 집이 되고 도시가 된다.

레고블록의 조립과 해체는 재개발이란 이름 아래 생성과 철거의 과정을 거치는 이 도시의 모습과 비슷하다.

이번 전시는 오는 12월 22일까지 이어지며, 자세한 사항은 성남큐브미술관 홈페이지(www.snab.or.kr)를 통해 확인하면 된다.

/김순기·강효선기자 khs77@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