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관통 공무원 '비상' 불구
경찰서장·간부들 '저녁술자리'
"재난 안이한 대응" 비난 빗발
구청 "안전 체계 간담회" 해명
인천 지역에 심각한 인명·재산피해를 남긴 태풍 '링링'이 북상하기 전날, 계양구청장과 계양경찰서장 등이 저녁 술자리를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구민들은 "말도 안 되는 행태"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23일 인천 계양구 등에 따르면 박형우 계양구청장과 자치행정국장 등 간부들은 지난 6일 저녁 계양구의 한 음식점에서 김철우 계양경찰서장을 포함한 계양경찰서 간부들과 식사 자리를 가졌다.
두 기관이 상호 협력해 지역의 안전 체계를 구축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자리라는 게 계양구의 설명이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술도 함께 마신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이날이 태풍 '링링'이 한반도를 관통할 것으로 예측돼 전 기관에 '비상'이 걸렸던 날이라는 점이다.
행정안전부는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비상 2단계에 돌입하고, 각 지방자치단체에 비상근무체계 강화와 태풍 대응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을 요청했었다.
인천시도 비상근무 체제에 돌입한 상태였고, 인천지방경찰청 역시 인천대교·영종대교의 차량 통행 제한을 검토하는 등 태풍 진행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인천시장과 대부분의 군수·구청장은 이날 비상 대기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시에 따르면 계양구에서는 이 태풍으로 면적 약 30㏊의 농작물이 피해를 입는 등 모두 약 1억7천만원 상당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구민들은 태풍이 서해안을 따라 인천과 황해도지역을 관통하는 것으로 예보된 전날 술자리를 가진 것 자체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계양구에 거주하는 A(59·여)씨는 "한 번이라도 더 지역 주민의 안전을 살펴야 할 구청장, 경찰서장이 태풍 전날 함께 술을 마셨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된다"며 "술자리의 경중을 떠나 자연 재난에 대응하는 자세부터 잘못됐다"고 말했다.
이에 계양구는 "그간 계양경찰서와는 치안, 교통시설 등 지역 안전과 관련한 2020년도 예산을 편성하기 위해 계속해서 간담회 일정을 조율해 왔는데, 이미 일정이 한 차례 연기됐고 예산편성 시점을 앞두고 기관장 일정이 여의치 않아 더 이상 연기하기가 어려웠다"며 "태풍 피해 대비에 경찰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으로, 협조를 얻기 위해 간담회를 가졌다. 경찰과의 협업으로 피해를 최소화했다"고 해명했다.
/공승배기자 ksb@kyeongin.com
링링 오는데 술판 벌인 계양구청장, "태풍보다 중요했나…" 구민들 분통
입력 2019-09-23 21:34
수정 2019-09-23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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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24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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