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사율 100%에 이르는 치명적인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경기도에서 확산하는 가운데 경기북부 도내 축산 농가들이 분뇨처리 문제로 '아우성'이다.

ASF는 17일 파주시 연다산동 양돈 농가에서 국내 최초로 발병한 뒤 이튿날 연천군 백학면 양돈 농가에서 추가로 확진됐다.

이어 23일 김포시 통진읍, 24일 파주시 적성면 양돈 농가에서 잇따라 발병하는 등 현재까지 모두 4개 농장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ASF가 처음 발병한 지난 17일부터 농림축산식품부가 파주 등 경기북부 지역에 가축 분뇨 차량의 운행을 금지하면서 축산 농가들이 넘쳐나는 배설물을 제때 처리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분뇨 차량의 운행금지가 조금 더 지속하면 대부분 포화상태에 이른 저장조 배설물의 유출로 토양과 수질 오염도 우려된다.

파주시 파평면 덕천리에서 돼지 2천200마리를 키우는 이준석(47)씨는 "분뇨 저장조의 용량(200t)이 부족한 탓에 저장 탱크는 이미 포화상태"라면서 "매일 나오는 10여t의 배설물은 축사 내 하수관에 가득 쌓였다"고 24일 설명했다.

이씨의 농장은 지난 추석 이후 16일 축협에서 분뇨를 수거해 간 뒤 8일 동안 분뇨가 처리되지 않고 있다.

그는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전 축협에서 1주일에 3번 분뇨 수거 작업을 했었다"면서 "더는 분뇨를 처리할 수 없어 오늘 10t짜리 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FRP) 통 2개를 사 내일부터 임시 분뇨 저장 탱크로 사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파주시 법원읍에서 돼지를 키우는 이윤상 한돈 파주시 회장도 "앞으로 2∼3일이 지나면 지역 양돈 농가들의 저장 탱크가 포화가 될 것"이라면서 "자체 처리시설이 없는 개별농가의 경우 분뇨가 많아지면 살모넬라균에 의한 질병에 돼지들이 감염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파주연천축협 관계자는 "규모가 큰 농장은 저장 탱크들이 여유가 어느 정도 있어 그런대로 버틸 수 있는데 탱크의 용량이 작은 소규모 농가의 상황은 무척 심각하다"고 전했다.

인근 양주시 광적면에서 돼지 4천800마리를 키우고 있는 조영욱 한돈협회 양주시지부장 농가의 상태는 더욱 심각하다.

조씨는 "하루에 배출되는 20여t의 배설물을 보고 있노라면 눈앞이 캄캄하다"고 말끝을 흐렸다.

이날 오후 조씨의 축사 바로 옆 지하에 설치된 350t짜리 저장 탱크에 분뇨가 97%가량 차 올라 포화상태에 다다랐다고 전했다.

지난 추석 연휴가 끝나고 축협 차량이 분뇨를 수거해 뒤 지금껏 한 차례도 처리하지 못했다.

조씨는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전 축협에서 1주일에 3차례 이상 분뇨 처리작업을 했었다"면서 "ASF 발병 후 분뇨차의 운행을 전면 중단하면서 내일이면 분뇨가 하천으로 흘러넘칠 지경"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분뇨통을 비워야 축사에서 나오는 배설물을 담을 수 있는데 분뇨 차량의 통행을 금지하고 있으니 속이 답답하다"면서 "오늘 10t짜리 FRP 통 3개를 사 임시저장 탱크로 사용하기 위해 작업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개별 농장마다 분뇨통이 가득 차 처리 문제로 다들 난리다"라면서 "돼지 열병이 들어올까 봐 분뇨 차량의 진입을 허용할 수도 없고, 한돈 중앙회에 이 문제를 건의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파주, 연천, 양주, 포천 등 자체적으로 액비 또는 퇴비화하는 집단농장을 제외한 개별농가의 상황은 다들 비슷할 것"이라고 대책을 호소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