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재개발前 외조부모 집 이별展
주변 수목들과 작별 연출극 재조명
애통·분노·현실 순응 캐릭터 부여
"관객, 사건 목격자 되도록 디자인"
인천에서 태어나 유년시절을 보냈으며, 이후 10년 정도 미국에서 생활하며 대학 과정까지 마친 임청하(25) 작가는 지금까지 자신의 삶을 '노마드(유목민)'에 비유했다.
특히 미국에서 생활하는 동안 매해 기숙사 등 거처를 옮기는 생활을 하면서, 1년 넘게 한 공간에 정착해 본 적이 없었다는 것.
때문에 공간에 대한 남다른 애착이 생겼으며, 그 애착은 작업으로 표현되고 있다. 회화를 전공했지만, 회화 영역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예술 장르를 넘나들며 작품 활동을 펴고 있다.
지난해 임 작가는 재개발로 철거 예정이었던 인천 미추홀구 학익2동의 외조부모가 기거했던 집에서 '그 집 : 제대로 된 이별'전을 기획해 개최했다.
10명의 작가들과 함께한 이 전시에서 철거될 집과의 작별을 통해 재개발에 대한 견해들을 표출했다.
이번엔 집 주변의 나무들과의 이별이 연출극 형태의 전시회로 표현된다. 임청하 작가의 '학익2동 그들'전이 25일 인천도시역사관 2층 소암홀에서 개막했다.
10월9일까지 진행될 이번 전시는 인천도시역사관의 연중 기획전 '2019 도시를 보는 10명의 작가'의 일곱 번째 전시로 기획됐다.
개막에 하루 앞서 전시 공간에서 작가와 만났다. 9일간 진행된 전시회 세팅은 거의 마무리된 상태였다. 평면 작품 전시회와 설치 작품 전시회가 혼합된 형태였다.
임 작가는 "연출극이기도 한 이번 전시는 '쿵가 스튜디오 투어'로 설정했다"면서 "미국 할리우드의 스튜디오 투어가 있는데, 그와 같이 전시 공간에 설치된 무대를 거닐며 나무들의 사연에 귀를 기울여보는 형태로 기획됐다"고 설명했다.
전시 공간 중앙에는 무대가 설치되었고, 무대 안에 나무를 소재로 한 임 작가의 회화 작품들이 걸렸다. 무대 뒤에는 실제 극장에 있을 제작자의 백스테이지로 구성됐다. 각 나무들에 캐릭터가 부여됐으며, 관람객이 나무들이 나누는 대화를 들을 수 있도록 구성됐다.
분재 로미오와 배롱나무 줄리엣, 50년 지기 절친 오동나무 만순과 향지, 학익2동 측백파(조폭) 김한동과 부하들이 간밤에 잘려나간 최목련과 최백련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관람객은 무대 밖에서 무대를 들여다봐도 되고, 무대 안을 돌아다니며 관람해도 되는 형태다. 나무들의 대화는 임 작가가 직접 썼다.
작가는 "할머니 댁이 재개발 대상지가 되면서 인근의 큰 나무들이 뽑히고 순차적으로 잘려나가는 모습을 목격했다"면서 "그 모습을 본 주변 나무들 캐릭터를 3개로 나눠 표현했다. 애통함, 분노, 현실을 받아들이는 캐릭터들이 대화를 나누는 데, 재개발에 대한 제 목소리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임 작가는 자신이 고안한 무대를 섬세하게 표현하는데 여러분들이 도움을 줬다고 했다.
전시 공간 중앙의 기둥을 큰 나무로 인식하고 잘린 나무의 밑동을 배치했다. 그리고 타일과 시멘트 등의 재활용골재를 깔았다.
/김영준기자 ky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