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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몽주의 사상가 장 자크 루소는 교육철학에서 한 획을 그었지만 실제로는 자식들을 보육원에 내다 버린 비정의 아버지였다. 노동자의 해방을 부르짖었던 카를 마르크스는 가정부에게 임금을 주지 않고 무려 45년간이나 노동력을 착취했다.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병적일 정도로 거짓말을 일삼았으며, 논쟁을 즐기기로 유명한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은 자신과 의견이 다르면 상대방에게 저주를 퍼붓던 과대망상증 환자였다. 여성 해방의 주창자로 알려진 헨리크 입센은 실제로는 여성 해방에 관심이 없었던 것은 물론, 여성을 인간으로도 취급하지 않았다.

위대한 명성에 가려진 지식인들의 이중성을 파헤친 영국의 언론인 폴 존슨은 '지식인의 두 얼굴(을유문화사 刊)'에서 겉과 속이 다른 지식인의 이중성을 이렇게 신랄하게 비판한다. 폴 존슨은 책에서 지식인은 인격이 미성숙한 어린애이면서 동시에 자기 이익이 관련된 일에는 철저하게 계산된 행동을 서슴지 않는 사악한 인간이라고 주장한다. 자신의 존재를 부각하기 위해서는 자기선전, 거짓말, 기만, 표절, 허위, 위선, 직무 유기, 무력함 등 모든 악덕을 아무렇지 않게 자행한다는 것이다.

볼리비아 정글에서 체 게바라와 함께 게릴라전을 펼쳤던 행동하는 지식인 레지스 드브레는 그의 책 '지식인의 종말(원제:프랑스 지식인-연속과 종말)'(예문 刊)에서 오늘날 지식인들이 5가지 중병을 앓고 있다고 지적했다. 첫째 자신들만의 틀에 갇혀 대중과 단절된 '집단 자폐증', 둘째 공부도 안 하며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도 못하는 '현실감 상실증', 셋째 자신들이 사회의 도덕을 선도한다고 자만하는 '도덕적 자아 도취증', 넷째 들어맞지도 않는 예측을 늘어놓는 '만성적 예측 불능증', 다섯째 자신의 이름이 잊힐까 두려워 매스컴의 장단에 맞춰 설익은 견해를 유창한 언변으로 포장하는 '순간적 임기응변증'이 그것이다.

우리 사회에 말과 글이 따로 놀고, 정치적, 사상적 이중성을 당연시하는 얼치기 지식인들이 차고 넘친다. 조국사태로 드러났듯, 일부 지식인들이 학연을 바탕으로 끼리끼리 맺은 추악한 유대강화가 신 적폐로 등장했다. 여기에 진영논리까지 가세해 '좌파와 우파만 있고 지식인은 없다'는 자조 섞인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지식인의 허위의식을 지켜보는 국민의 마음은 쓰리다 못해 참담할 지경이다. 그럼에도 왜 국민이 분노하는지 조차 모르는 일부 지식인들의 이중성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이영재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