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사없는 광역단체장 인천등 8곳
'메카'로서 새로운 개념 고민 필요
각국 영사관·문화원 설치 적극추진
세계를 향한 '교두보 역할' 삼아야

그렇다면 시민들이 제시한 글로벌 도시란 무엇인가. 인천시는 2030년을 기준으로 세계 20위 수준의 도시브랜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지표로서 도시주택, 교통물류, 안전환경, 복지의료, 산업경제, 교육, 문화관광 등 분야가 세계적 수준에 도달할 때 가능한 일이다. 인천에 대한 이미지와 시민들에 대한 평판도 역시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그 시작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연결하는 곳에서 찾아야 한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IMF 당시 최기선 시장의 결단으로 인천시장 관사는 현재의 역사자료관이 되었다. 그런데 최근 일제 강점기의 부윤관사와 과거 시장 관사의 활용계획이 다시 초점이 되었다. 원도심의 재생과 문화관광의 거점이 되는 지역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재평가하자는 움직임이다. 하지만 시장관사나 영빈관의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그를 반대하는 시민들의 시선 역시 곱지 않다.
물론 자치단체장을 역임한 분들은 투자유치나 외빈을 맞이할 독립된 공적 공간의 필요성을 인정한다. 호텔이나 식당보다 영빈관이나 공관이 상대방에 대한 예우와 업무 측면에서 볼 때 긍정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직의 자치단체장 중 누구도 선뜻 나서지를 못한다. 관사를 권위주의 시대의 유물로 보는 부정적인 시각 때문이다. 현재 17개 광역시·도 단체장 중 독립된 관사는 서울과 부산 등 7곳, 아파트 관사는 2곳, 관사가 없는 곳은 인천 등 8곳이다. 그러나 2040년에도 지금과 같은 모습이어야 하는가. 베이징에서 지방정부의 고위공직자를 만난 적이 있다. 그런데 약속장소가 그 공직자가 속한 지방정부에서 직접 운영하는 호텔이었다. 당연히 요리와 차는 자기 지역의 특산품임을 강조했다. 의전과 보안 그리고 지역 홍보를 위해서 베이징에서 일종의 영빈관을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중국의 특수사정도 있겠지만 뜻밖의 환대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 시장이나 기관장이 독점하던 부정적인 관사개념을 넘어 인천을 알리는 메카로서의 새로운 개념의 영빈관 모델을 고민할 때가 되었다. 품격에 어울리는 의전과 식사 그리고 숙소는 대통령과 같은 정상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대화는 물론 머무는 곳이 어디인가에 따라 공식 업무와 비즈니스의 성패가 좌우되기 때문이다. 인천에는 서울에 없는 바다와 섬들이 있다. 시립 미술관과 박물관도 새롭게 추진되고 있다. 이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상대국가에 대한 차원이 다른 예우와 환영은 영빈관에서 시작된다. 워싱턴의 블레어 하우스(Blair House), 베이징의 댜오위타이(釣魚臺), 도쿄의 아카사카 이궁(迎賓館赤坂離宮)의 명성은 말할 필요도 없다. 국제적인 도시가 되려면 상대방의 음식과 생활관습, 문화와 역사, 종교와 이데올로기 등에 대해 배려하는 품격이 수반되어야 한다.
과거 인천에는 각국의 영사관들이 있었고, 국제무대의 중심지였다. 현재 부산에 5개, 제주에 2개, 광주에 1개의 영사관이 있다. 각국의 영사관이나 문화원의 인천설치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때다. 인천이 세계적인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그 특성을 알리는 발신지로서 역할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늘도 113개국의 상주대사와 23개의 국제기구 등 수많은 국내외 관련자들이 인천공항을 오가고 있다. 하지만 정작 출입국 전후에 어떻게 이들과 교류하고 연계할 것인지를 깊이 고민하지 않고 있다. 관사가 아니라 인천다운 영빈관을 만들어, 세계를 향한 교두보로 삼을 때다.
/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