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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선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심각한 정치 위기에 빠졌다. 우크라이나 게이트의 지옥문이 열린 탓이다. 미 언론들은 닉슨 대통령을 자진 사퇴 시킨 워터게이트와 견주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이고, 민주당은 하원 6개 위원회 조사 개시로 대통령 탄핵절차에 착수한 상태다.

우크라이나 게이트 전말의 발단은 민주당의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다. 오바마 행정부의 부통령이었던 바이든이 자신의 아들이 취업한 우크라이나 에너지 업체를 수사하는 검찰총장의 교체를 당시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요구해 관철했다고 한다. 미국의 10억달러 대출보증 보류 위협이 제대로 먹혔다고 한다.

트럼프가 이를 알고 우크라이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정상 통화를 통해 바이든 부자에 대한 조사를 종용하고, 젤렌스키는 적극 호응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또한 젤렌스키를 압박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군사원조 카드를 활용했다고 한다. 이같은 내용을 전해 들은 내부고발자가 상·하원 정보위원장에게 내부고발장을 발송했고, 결국 공개되면서 트럼프 탄핵정국이 급물살을 타게 됐다.

트럼프로서는 민주당 유력 대선 후보인 바이든을 쳐내려다, 본인의 발등을 찍은 셈이니 환장할 일일 테다. 하지만 권력자의 거짓말에 단호한 미국과 미국인은 외세를 끌어들여 미국을 모욕하고 이를 은폐하려 한 트럼프를 정조준하고 있다.

워터게이트로 궁지에 몰린 닉슨은 법무장관에게 특별검사 해임을 명령했지만 장관은 이를 거부하고 사임했다. 그러자 장관대행이 된 부장관에게 다시 명령했지만 그 또한 사표를 던지고 물러났다. 그런 미국에서 하원이 탄핵절차를 밟고 있으니 문제는 심각하다.

"나는 사기꾼이 아니다"며 항변한 닉슨은 하원이 탄핵안을 가결하기 직전 스스로 사임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닉슨과 다르다. "내부고발자는 스파이"라며 비난하고 "하원정보위원장은 사기와 반역죄로 조사받아야 한다"고 역공에 나섰다. 탄핵 처지에 몰린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탄핵 메신저에 대한 공세로 물타기에 나선 느낌이다. 이 미묘한 기시감은 뭔가 싶다.

아무튼 최대의 정치위기에 몰린 트럼프의 다음 행보가 북한을 향하고 있으니 큰 걱정이다. 정치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김정은 정권과 상식을 초월한 합의에 이를까 봐서다. 트럼프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할 때다.

/윤인수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