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부고 기사가 없었다면 노벨상은 탄생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오보 문제가 나올 때 늘 거론되는 알프레드 노벨의 부고 얘기다. 다이너마이트 발명으로 막대한 부를 일궜던 스웨덴 기업가 노벨은 1888년 프랑스의 한 신문에 실린 자신의 부고를 보고 깜짝 놀랐다. 신문사가 칸에 살던 형 루드비히의 죽음을 잘못 알고 부고를 낸 것. '죽음의 상인이 사망했다'는 부고 제목은 말할 것도 없고 "알프레드는 더 많은 사람을 빨리 죽이는 방법을 찾아 돈을 모았다"는 내용에 노벨이 받은 충격은 컸다. 가뜩이나 다이너마이트로 인명이 살상되는 것을 목격해 마음이 무겁던 노벨은 죽기 1년 전인 1895년 '인류에 가장 큰 공헌을 한 사람에게 재산을 상금으로 준다'는 유언을 남겼다.
세계 최고의 영광이라 일컬어지는 노벨상이지만 선정과 수상과정에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20세기의 성자' 마하트마 간디가 노벨평화상을 수상하지 못했던 반면, 히틀러와 스탈린 같은 독재자가 평화상 후보로 오르는 일도 있었다. 수상 거부도 심심찮게 일어났다. 1958년 '닥터 지바고'로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보리스 파스테르나크가 수상을 거부해 큰 파문이 일었다. 장 폴 사르트르도 1964년 문학상 수상을 거부하면서 "문학적 우수성을 놓고 등급을 매기는 것은 부르주아 사회의 습성"이라고 이유를 댔다. 1973년 평화상 수상자로 지명된 레둑토 베트남 전 총리는 "아직 베트남에 진정한 평화가 오지 않았다"며 수상을 거부하기도 했다.
노벨상 계절이 돌아왔다. 7일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8일 물리학상, 9일은 화학상 수상자가 발표된다. 문학상은 10일, 평화상은 11일이고 경제학상은 14일이다. 특히 과학 분야에서는 지난해까지 118년간 생리 의학·물리·화학 등 607명의 수상자가 나왔다. 수상자 가운데 97%(587명)가 남성일정도로 여성에게 인색하기로 유명하다. 노벨위원회가 늘 성차별의 중심에 서 있는 이유다.
올해 역시 노벨상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들 명단에서 한국인을 찾기 어렵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지난 2011년 '노벨상의 산실'로 불리는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와 일본 이화학연구소를 모델로 기초과학연구원(IBS)까지 출범시켰지만, 정권이 몇 번 바뀌면서 연구 성과가 제대로 나오지 못하고 있다. 노벨상은 부단한 연구 과정에서 생겨나는 부산물이다. 누구의 간섭없이 자신의 소신대로 연구에 끈질기게 매진하는 풍토가 아쉽다.
/이영재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