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생 20여일 지나도록 매개 '의문'
감염지역 볼 때 북한 유입 가능성
"지하수·곤충 침투 막기 어려워"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생 20여 일이 지나도록 왜 병이 발생했는지, 병을 옮기는 매개가 무엇인지 규명하지 못하고 방역활동을 펼치면서 질병 확산이 계속되는 모습이다.
북한의 양돈 현황과 발병 지역을 토대로 살펴볼 때, 북한에서 바이러스가 유입됐을 가능성이 가장 유력하다.
■ 생존력 최강, ASF 바이러스
=돼지열병 바이러스는 단백질만 적절히 공급된다면 대부분의 환경에서 생존할 수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돼지열병 바이러스가 혈청 내에 있으면 실온에서 18개월, 냉장고에서는 6년이나 생존이 가능하다.
혈액 내에 있다면 37℃에서 1개월 간 감염성이 유지된다. 산성에도 강해 pH 4~10 범위 내에서도 안정적인 생존력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처럼 생존력이 강하다 보니 배설물 내에서도 11일, 부패한 혈액 속에서 15주, 부패한 골수 안에서는 최대 수 개월 간 살아남는 특성을 보인다.
냉장된 고기에서도 최소 15주, 가열하지 않고 훈제한 햄·소시지에선 3~6개월 동안 긴 감염성을 보인다.
이 때문에 가장 큰 전파 원인은 멧돼지 간 접촉, 감염된 돼지 부산물의 섭취 등 직접 접촉을 통한 감염이다.
지난달 처음 돼지열병이 발병하자 가장 먼저 원인으로 지목된 것 역시 멧돼지를 통한 직접 접촉 감염이었다. 특히 유럽에서 주로 멧돼지를 통해 감염됐다는 점이 멧돼지설을 뒷받침했다.
■ '멧돼지', '물·진드기 전파' 가능성 거론
=실제로 지난 3일 연천 DMZ에서 발견된 야생 멧돼지 폐사체에서 돼지열병 바이러스가 검출됐고, 인천 강화군의 교동도 해안가에서도 북한에서 헤엄쳐온 멧돼지가 발견됐다.
하지만 최초 발생 농가인 파주 농장이 울타리를 친 현대적 시설에서 양돈을 해왔고, DMZ 철책을 멧돼지가 넘어올 수 없다는 점에서 직접 접촉설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평이다.
그러자 거론되기 시작한 것이 수계를 통한 유입 가능성이다. 이미 돼지열병이 만연한 북한에서 감염된 돼지 사체 등이 바다와 강을 통해 한국으로 유입됐다는 것이다. 발병지인 경기 북부와 강화도 모두 수계를 통해 북한과 이어진 곳이다.
북한 출신 수의사 조충희씨는 "북한은 도축 규정이 없어 강이나 바닷가에서 그냥 도축이 이뤄진다. 사체나 남은 부위를 바로 버리는 경우가 흔하다"고 전했다. 다만, 농림부는 사체가 아닌 일반 '물'을 통한 감염 가능성은 극히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농림부 관계자는 "강이나 호수에 (돼지)폐기물을 투기해 수계 감염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바이러스가 물로 희석되기 때문에 수계 감염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감염된)사체가 물을 통해 내려오고, 이를 다른 동물이 섭취하는 식으로 전파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하나의 가능성은 돼지에 기생하는 물렁진드기(soft tick)로 인한 전파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지난달 28일 "지하수를 통해서 침투된다든가, 파리나 작은 날짐승으로 옮겨진다든가 하는 것은 지금의 방역체제로 완벽하게 막기가 어렵다"며 곤충에 의한 전파 가능성을 거론했다.
/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
['ASF 발병원인' 분석]실온서 18개월 생존하는 돼지열병… 미궁에 빠진 '전파 주범'
입력 2019-10-06 21:05
수정 2019-11-21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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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07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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