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 라스칼라·런던 코벤트가든
굴지의 무대 섭렵… 인권운동 앞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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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오전(한국시간) 우리 언론은 AP통신 등을 인용해 '오페라의 검은 여왕', '여자 파바로티'로 불린 미국의 세계적인 소프라노 제시 노먼의 타계 소식을 알렸다. 향년 74세.

2015년부터 척수손상을 앓았던 노먼은 합병증인 패혈성 쇼크와 다기관 기능 부전으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영면에 들었다.

1945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에서 태어난 노먼은 어려서 피아노를 배우고, 교회 성가대 활동을 했다.

아프로-아메리칸 성악가의 시조격인 마리아 앤더슨과 흑인 가수로는 처음으로 1961년 메트로폴리탄 무대에서 주역을 노래한 레온타인 프라이스 같은 흑인 성악가의 오페라 아리아를 들으며 꿈을 키웠다.

워싱턴DC에 있는 하워드대에 장학금을 받고 입학한 노먼은 이후 피바디음악학교와 미시간대학에서 공부했다.

노먼은 대학 졸업 후 유럽으로 건너갔다. 1968년 독일 뮌헨 라디오 방송국이 주최한 국제 음악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노력의 결과를 봤다.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데뷔 무대로, 바그너의 '탄호이저'에서 엘리자베트 역을 맡아 호평받았다.

흑인 가수가 오페라 무대에 서는 것에 부정적인 시선도 있었지만, 그는 탁월한 실력으로 극복했다. 이후 밀라노 라스칼라와 런던 코벤트가든 등 세계 굴지의 오페라 무대들을 섭렵했다.

주가를 올리던 1975년 돌연 무대를 떠나 재충전의 시간을 가진 노먼은 1980년 복귀해 한층 성숙하면서도 깊어진 목소리와 연기로 10여년 동안 최전성기를 구가했다.

노먼은 1983년 메트로폴리탄 개관 100주년 기념 공연으로 기획된 베를리오즈의 '트로이 사람들'의 주역으로 초대받았다. 프랑스와 독일 오페라의 드라마틱한 역에 특출했던 노먼은 이 공연을 통해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노먼은 사회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였는데, 루푸스 환자를 위해 재단을 만들고 집 없는 사람을 위해 후원회를 조직하는 등 흑인들의 인권을 보호하는 일에도 앞장섰다.

1989년 7월14일 파리 콩코르드 광장에서 열린 프랑스 혁명 200주년 기념식에서 부른 '라 마르세예즈'는 전 세계인들에게 감동을 선사한 바 있다.

20세기 후반 캐슬린 배틀, 바버라 핸드릭스와 함께 '3대 흑인 소프라노'로 불린 노먼은 오페라 외에도 독일 가곡과 흑인 영가,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히트곡과 재즈에 이르기까지 언제나 격조 있는 최고의 노래를 들려준 위대한 가수였다.

/김영준 인천본사 문화체육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