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깎이 시인을 꿈꾸는 윤 할머니
아들따라 고국 정착한 아이다씨
심장병 수술 한국인연 몽골학생
다양한 사연품고 새로운 삶 포부
윤천순(67) 할머니는 19살에 도자기 공장에서 만난 남편으로부터 연애편지라는 것을 태어나서 처음 받아봤다.
그때는 한글을 몰라 편지를 읽어보지 못한 것이 두고두고 아쉽다. 나이가 들어 한글을 배운 뒤 사별한 남편에 대한 사랑과 아쉽게 떠나 보낸 마음을 담은 시(詩)로 올해 교육부장관상을 받았다.
윤천순 할머니는 7살에 부모님을 따라 인천으로 이사를 왔다. 집안 형편이 넉넉지 않아 초등학교도 다니지 못했기 때문에 한글을 배우지 못했다.
19살에 만난 남편과는 30여 년 전 아들이 10살 되던 해에 사별했다. 생계를 책임져야 했기 때문에 공장일을 멈출 수는 없었다.
윤 할머니는 인천시교육청 평생학습관에서 학력인정문해교육 초등과정에서 한글을 배우고 있는 늦깎이 만학도다.
윤 할머니는 "한글을 배운 덕에 내 인생을 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어딜 가든 길을 물어야 했고, 버스도 타지 못했다. 앞으로는 혼자 여행도 다니고, 언젠가는 꼭 시집을 내겠다는 계획도 세워두고 있다.
1주일에 두 번은 인천고려인문화원에서 수업을 듣고, 수업이 없는 날이나 손주들을 보기 위해 수업에 빠져야 하는 날이면 집에서 교재를 보며 한글을 익히고 있다.
집에서 공부할 때에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손주가 좋은 선생님이다.
한 아이다씨가 한글을 배우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우리나라 고유의 문자'이기 때문이다.
한씨는 "고국인 한국에 왔을 때 늦은 나이였지만 한글을 배워야겠다는 마음이 컸다"며 "한국에서 생활하기 위함도 있었지만, 조상의 문자·언어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다"고 말했다.
한 아이다씨는 "고국인 한국에 온 고려인들은 한글과 한국어를 배우려는 열망이 크다"며 "아직까지 한글을 읽고 발음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웃었다.
인하대학교 언어교육원에 지난해 9월 입학해 1년 넘게 한글을 배우고 있는 몽골인 학생 보얀벨레그 멘드사이항(18)양의 포부다.
보얀벨레그양은 한국과 어렸을 때부터 남다른 인연을 맺고 있었다.
10살이 됐을 때 심장병에 걸려 생사를 오갔던 그는 당시 몽골을 방문한 한국 의사들의 진찰을 받았다.
이후 한국에서 심장병 수술을 받으며 2주간 서울에 머물렀던 게 그의 첫 한국 방문이었다.
건강을 되찾고 중학생 땐 로봇 경진대회에 참가하러 또다시 한국을 방문했다. 한글 수업이 있었던 고등학교로 전학할 정도로 보얀벨레그양은 한글을 배우고자 하는 의지가 컸다.
그 덕분에 3년간 일정 수준의 한글을 배울 수 있었고 현재 인하대학교 아태물류학부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다.
보얀벨레그양은 "한글을 몽골어로 번역했을 때 다른 언어보다 정확하게 번역이 돼 쉽게 익힐 수 있었다"며 "이 같은 장점으로 한글은 물론이고 한국어도 빠르게 깨우칠 수 있었다"고 했다.
보얀벨레그양은 "젊은 세대가 많이 쓰는 줄임말과 자음만 나열한 글자는 이해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이 또한 한글을 사용하는 이들이 만든 새로운 문화라고 생각하며 수수께끼를 풀 듯 재밌게 알아가고 있다"고 했다.
/김성호·김태양·박현주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