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문제로만 읽히지 않길… 사회적 관점서 사랑 본질 다뤄
전쟁없는 삶 유지해주는 'DMZ의 침묵' 앞으로 시로 쓰고파
그는 시집 '마침내, 네가 비밀이 되었다(휴먼앤북스 펴냄)'를 통해 그동안 선보였던 작품들과는 또 다른 감동을 독자에게 안긴다.
김윤배 시인은 지난 1986년 '세계의 문학'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후 시집은 물론 산문집, 평론집, 동화집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문학적 성취를 보여줬다.
특히 그는 '전통연시'와 '아픈 시대를 증언하는 시' 사이를 넘나들며 개인의 삶과 역사에 끝없는 애정을 드러내 왔다.
이번 시집은 그가 그동안 써온 낭만과 관련한 시 86편을 묶어 담았다. 전작들이 사회적 발언이 담긴 시들을 다뤘다면, 이번 작품은 사랑의 근원과 본질에 대해 들여다본다.
낭만을 다룬다고 이번 작품이 남녀의 사랑만을 다루는 것은 아니다. 작가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낭만과 사랑은 남녀를 넘어 국가, 역사까지 넓게 다뤄졌다.
그는 "유럽에서는 낭만주의 문학을 자유정신이라고 했다. 자유정신과 상상력이 낭만주의 문학의 핵심인데, 이것이 요즘 시의 정신을 꿰뚫는 것이라 생각했다. 이런 정신이 담긴 시들을 모으다 보니 사랑시도 있고, 사회적, 역사적 시까지 담게 됐다"고 말했다.
김 시인은 이번 시집 가장 앞쪽에 남북과 관련된 시 세 편을 연속으로 실었다. 사랑의 본질을 들여다보면 사랑은 남녀의 문제로만 읽히는 것이 아닌 국가, 역사 등 넓은 범위까지 확장할 수 있음을 말하고 싶어 이같이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앞에 있는 세 편은 의도적으로 역사적 사랑을 생각하면서 배치했다. 남녀의 사랑을 넘어서면 분단된 남북이 보이고, 이것을 하나로 이끌어야 할 사랑까지 보인다고 생각했다. 독자들이 사랑을 남녀 간의 문제로만 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이렇게 구성했다. 이런 시인의 의도를 파악했다면, 뒤에 이어지는 시들도 넓은 범위에서 생각하고 읽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작품을 준비하면서 그가 생각하게 된 낭만은 무엇이었을까.
김 시인은 "내가 본 낭만은 아름다운 것만은 아니다. 시인이 겪는 모든 고통스러움도 낭만의 범주 속에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낭만주의 문학을 자유정신이라고 선언했던 유럽인들의 생각이 맞다고 생각한다. 낭만 속에는 자유정신이 없으면 그게 어떻게 낭만이 될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시인으로서 30여 년을 활동해 온 김 시인은 앞으로도 깊이 있는 작품들을 선보이고 싶다고 했다. 그런 그에게 다음 작품에 대해 물었다.
김 시인은 "다음 시집을 언제 출간할지 모르겠지만, DMZ와 관련된 시를 묶은 시집을 펴내고 싶다. 남북은 이념과 이념의 대립으로 전쟁이 있었다. 현재 전쟁없는 삶이 유지되고 있는 것은 침묵 때문이다. 이 침묵이 깨지는 순간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DMZ 안에도 침묵이 존재한다. 이 안에 침묵하고 있는 것들을 담아 한 권의 시집으로 내고 싶다. 늪, 야생동물, 바람, 별 등 사람을 제외한 모든 것들을 소재로 시를 쓰고 싶다"고 말했다.
/강효선기자 khs77@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