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SA, 위안부문제 부정 日극우단체
설령 포섭된 학자들 주장일지라도
기금·수혜관계 투명하게 밝혀져야
유력인사 연루됐어도 멈춰선 안돼
보편적 인권가치 지켜져야하기 때문


월요논단 홍기돈2
홍기돈 가톨릭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
"직접적인 가해자는 일본이 아니다. 위안부는 매춘의 일종이었다." 류석춘 연세대 교수가 망언을 쏟아내었다고 한다. 소식을 들었을 때 그러려니 했다. 그는 2004년부터 2010년까지 아시아연구기금 사무총장을 역임한 인물이 아니었던가. 류 교수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이를 마녀사냥으로 규정한 '류석춘 교수의 정치적 파면에 반대하는 연세대학교 재학생 및 졸업생 일동' 명의의 대자보가 붙었을 때도 그럴 만하다고 여겼다. 1995년 아시아연구기금을 유치하여 지금까지 뚝심 있게 운영하고 있는 학교가 연세대이기 때문이다. 유치 당시 설치기금은 100억원 가량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시아연구기금을 출연한 단체는 일본재단(Nippon Foundation, 사사카와재단)이고, 일본재단의 설립자는 사사카와 료이치(笹川良一)다. 사사카와 료이치는 '가미카제 특공대'를 창안하고 국수의용항공대를 창설한 인물이다. 태평양전쟁이 끝난 뒤 A급 전범으로 3년 간 수감되었던 그는 이후 재력을 축적하여 1962년 사사카와재단을 설립하였다. 이후 사사카와 료이치는 재단을 통하여 세계 유수 대학에 기금을 제공하면서 일제의 전쟁 범죄를 미화시키는 한편, 일본 역사의 왜곡을 조직적으로 지원하였다.

일본재단의 기본 성향은 1997년 결성된 일본의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하 새역모)과의 관계를 통하여 확인할 수 있을 듯하다. 새역모는 일제의 근대 침략사에 대해 반성하는 자국 역사학계의 경향을 자학사관으로 규정하면서, 이를 극복하겠노라고 조직된 단체다. 물론 그 극복이란 일본 극우파 논리의 마련 및 확산이다. 당시 사사카와재단은 새역모의 자금줄 역할을 담당하였고, 현재 일본재단의 이사장 사사카와 료헤이(笹川陽平, 사사카와 료이치의 3남) 및 평의원들은 여러 방면에서 극우적 발언을 공공연하게 쏟아내고 있다. 일본재단 평의원이 새역모 정신을 이어가는 단체에서 활동하는 사례도 발견된다. 침략전쟁을 긍정하는 새역모 관련 역사교과서는 2001년 채택률이 0.039%에 불과했으나 2013년을 지나면서 70%를 넘어섰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대에 한국의 새역모로 평가되는 뉴라이트가 출현하였다. 새역모와 뉴라이트는 그만큼 역사 해석의 관점이 유사한데, 류석춘도 뉴라이트의 일원이다. 뉴라이트는 새역모가 그러했듯이, 근현대사 해석을 둘러싸고 전복을 시도한다. 여러 학자의 글을 모은 '해방 전후사의 재인식'(책세상, 2006), '반일 종족주의'(미래사, 2019) 그리고 박유하 교수의 '제국의 위안부'(뿌리와이파리, 2013)는 그 산물이라 할 수 있다. 일본 새역모의 뒤를 이어 한국에서 뉴라이트가 출현한 것은 우연일까. 그에 앞서 진출하여 학계에 살포되었을 사사카와재단의 연구기금과는 과연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일까. 아시아연구기금을 누가 받아갔는지 내역은 알 수 없으나, 나는 이러한 합리적 의심을 거둘 수가 없다.

물론 아시아연구기금을 받고 일본 극우의 입장에 입각한 글을 작성한 것으로 확인되더라도 할 말이 있을 터이다. 연구비는 연구비일 따름이며, 연구는 그와는 별개로 학문의 자유에 따라 진행한 것이라는 주장. 즉 학문의 자유를 방패삼으리라는 것이다. 이우연 낙성대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의 논리 구조가 그러하지 않던가. 그는 일본 극우단체 ICSA로부터 제안과 지원을 받아 UN 인권이사회에 나서서 "일본의 강제징용은 없었다"고 발표하였다. 배경이 드러나자 그는 "일제 강점기 한국인 노무자들이 합법적으로 평등하게 일했다는 건 학문적 판단이고 소신"이라고 밝혔다. ICSA는 국제사회에서 위안부 문제를 부정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일본 극우단체다.

설령 아시아연구기금에 포섭된 학자들이 그리 주장할 지라도 우선 연구기금과 그 수혜를 받은 학자들의 관계는 투명하게 밝혀져야 한다. 진정으로 심각하게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면, 류석춘 교수 파면을 요구하는 연세대 재학생·졸업생들은 아시아연구기금의 운영 내용을 밝히라고 요구하는 한편, 아시아연구기금의 해체 주장으로까지 나아가야 한다. 청와대에서 중용하는 유력 인사가 아시아연구기금에 연루되어 있더라도 그러한 노력을 멈춰서는 안 된다. 정치 지형을 떠나, 민족 경계를 넘어 보편적인 인권 가치는 아무리 시간이 흐르더라도 존중받고 지켜져야 하기 때문이다.

/홍기돈 가톨릭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