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도심 전성기 상징 66년 된 서점
'마니아' 방문 늘어 손님 1.5배 ↑
장사 더 잘 되던 빵집 포기 '모험'
작가와의 대화 등 자구책 마련도
66년 역사의 동인천 대한서림은 인천에서 가장 오래된 서점이자 인천 구도심의 전성기를 상징하는 장소다.
대한서림이 경영난으로 문을 닫을 뻔했다가 경인일보의 첫 보도(2015년 3월 10일자 1·3면 보도) 직후 시민들의 설득으로 폐업 방침을 철회한 지 4년 6개월이 지났다.
다시 찾은 대한서림은 쇠락한 구도심 속에서 명맥을 잇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최근에는 서점보다 더 장사가 잘 됐던 직영 빵집을 포기하는 모험을 감행했다.
지난 11일 오전 찾은 중구 인현동 6층짜리 대한서림 건물.
서점과 함께 운영했던 1~2층 빵집이 텅 비어 있었다. 기존 3~4층이던 서점은 2~3층으로 내려와 새 단장이 한창이었다. 대한서림이 직영으로 운영한 빵집은 지난달 말 정리했고, 대신 서점을 손님들에게 더 가까이 두기로 했다.
하권숙 대한서림 총괄본부장은 "빵집이 서점을 먹여 살릴 정도로 잘 됐지만, 함께 운영하기엔 힘에 부쳐서 서점에만 집중하기로 했다"며 "1층은 통신사에 임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텅 빈 1층 빵집 자리를 보고 놀란 시민 여러 명이 2층 서점까지 올라와 "서점도 문을 닫느냐"고 물었다.
영종도에 있는 인천국제고등학교 2학년 4반 학생들과 인솔 교사가 '장소의 상징성'이라는 주제로 학내 연구보고서를 쓰기 위해 대한서림을 찾기도 했다. 이 학교 유혜원(17) 양은 "과거 '만남의 장소'인 대한서림이 현재는 어떻게 변했는지 직접 보려고 왔다"고 했다.
1953년 문을 연 대한서림은 1960년대부터 젊은이들의 '만남의 장소'이자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66년째 영업 중인 인천의 가장 오래된 서점이다.
번화가였던 동인천이 1990년대부터 쇠락하면서 경영난이 심화했고, 결국 2015년 3월 폐업하기로 하고 서점 전체를 임대 매물로 내놓기도 했다.
대한서림의 폐업 방침을 처음 전한 경인일보 보도 이후 "영업을 계속해 달라"는 시민들의 호소가 이어졌고, 서점 측은 영업을 계속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요즘은 평일에도 하루 평균 200명이 찾을 정도라고 한다. 5년 전쯤인 폐업 결정 때보다 1.5배가량 손님이 늘었다. 꾸준히 찾아주는 이른바 '마니아'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대한서림이 '더 남는 장사'인 빵집을 과감히 포기할 수 있게 한 원동력은 시민의 관심이었다.
김순배 대한서림 대표는 "다시 애정을 갖는 손님들이 많아지면서 지난달에는 손님들을 모아 '작가와의 대화' 행사를 진행하는 등 자구책을 찾고 있다"며 "남은 4층은 서점 활성화를 위해 어떠한 공간으로 활용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